병력난 러시아 ”월급 4배 줄테니 직장 관두고 참전하라”
에이즈 죄수엔 “참전땐 약 줄 것”
러시아 국방부가 최근 청년들의 군 입대를 호소하는 46초 길이의 동영상을 만들어 러시아 국영TV 등 주요 방송에 내보냈다고 21일(현지 시각) 영국 BBC가 보도했다. 46초 길이의 동영상에는 군 입대 후 성취감을 찾았다는 수퍼마켓 경비원, 피트니스 강사, 택시 운전기사 등의 인터뷰가 담겼다. 국방부는 동영상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하는 이들에게 러시아 평균 월급의 4배인 최소 20만4000루블(약 334만원)의 월급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 같은 ‘호소 동영상’을 내보낸 것은 전쟁 장기화로 사상자가 속출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입대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와얀 코스터 주지사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법무부에 러시아인 등을 대상으로 관광 목적 비자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작년 9월 러시아의 대규모 징집 이후 병역을 피해 발리를 찾은 러시아인이 급증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부정 취업, 교통법규 위반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이유다.
인도네시아는 러시아를 포함한 86국 시민들에게 관광 목적 입국의 경우 공항에서 즉각 비자를 내주는 도착 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터 지사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지난해 발리를 방문한 5만8000명의 러시아 관광객 중 80%가 9월 동원령 이후 입국자”라며 “강제 퇴거 처분을 받은 외국인 82명 중 21명이 러시아인”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러시아 용병대가 수감 생활 중인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치료제 제공을 대가로 전쟁에 나가달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죄수 출신 러시아군의 증언을 소개했다.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그는 러시아 용병대인 와그너그룹에 효과적인 에이즈 바이러스(HIV) 치료제를 제공받는 대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했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기업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은 그와 같은 에이즈 죄수나 살인범, 마약사범 등이 6개월간 살아남으면 사면한다고 했다. 교도소는 러시아의 주요 병력 공급처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죄수의 20%가 HIV 보균자로 추산된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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