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귀국’에 안도하지만…당내선 ‘진실 고백’ 강경 대응론
국민의힘과 비등한 지지율엔 당혹…비명계 “자체 조사” 고수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고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즉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다만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당내 우려가 가시지는 않고 있다. 당 차원에서 고강도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가 귀국해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책임 있는 자세로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것은 실체규명에 있어 필요하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귀국 의사를 밝힌 것을 긍정 평가한 것이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당대표 시절 자신이 정했던 대로 ‘탈당해서 증명하고 돌아온다’는 룰을 실천했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탈당·출당을 권유하는 조치를 취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송 전 대표가 오면 파악이 쉬워지고 사실관계 파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돈봉투 의혹 사과를 하고 송 전 대표의 귀국을 요청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송 전 대표가 귀국하지 않으리란 우려도 있었다. 돈봉투가 2021년 당대표 경선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 측에서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상태에서, 캠프 최고 책임자인 송 전 대표가 검찰 수사에 불응한다면 민주당의 사태 파악도 어려워지고 부패 프레임도 강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뒤인 지난 18~2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 대상)에서 지지율 32%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1주 전 조사보다 지지율이 4%포인트 하락해 국민의힘과 동률이었다(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위기감은 여전하다. 송 전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인정했지만 돈봉투 의혹을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돈봉투를 받았다는 현직 의원 등의 면면은 소문만 무성할 뿐 수면 위로 드러난 바가 없다. 당 대응은 송 전 대표 행보와 검찰 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지도부 한 의원은 “검찰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 사이에서는 당 차원의 보다 강경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 탈당 여부가 이번 의혹의 진상규명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며 “자체 진상조사기구를 통해 스스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진실 고백 운동’ 제안까지 제기됐다. 신정훈 의원은 22일 SNS에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 저처럼 결백하면 결백하다는 입장문을, 죄가 있다면 밝히고 국민 용서를 구하는 고백문을 발표하는 진실 고백 운동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집단적 대응 방침은 현재 없다”며 “재발방지책이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당 혁신, 정당 개혁 관련 내용이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민·탁지영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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