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밀착’ 향한 방미…한국 외교 좌표, ‘5박7일’에 달렸다
중·러, 반발·견제 본격화할 가능성…신냉전 속 ‘중대 분기점’
한국 정부 ‘리스크 관리 공간’ 마련해 오느냐가 방미의 관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23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윤 대통령 임기 내 외교 방향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한국의 외교적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 분기점에 선다. 방미 기간 한·미, 한·미·일 초밀착 행보 강화로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견제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립구도 심화 속에서 한국의 경제·안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이번 방미의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국을 하루 앞둔 이날 공개 행보를 자제한 채 방미 준비에 집중했다. 24일부터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5박7일간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30일 귀국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는 추가 한·미 정상회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한 채 ‘미국 쏠림’ 전략을 폈다. 지난 1년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한·일 과거사 문제 선제적 해결 등 속도전에 나선 것도 한·미·일 협력 강화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측 구상에 부응한 면이 컸다.
이 같은 외교 방향은 윤 대통령 방미를 통해 ‘굳히기’ 단계에 진입한다. 한·미 공동성명에 담길 내용은 향후 한국 외교의 방향성과 범위를 설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미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의 공조 의지와 함께 한·미·일 협력 중요성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이 함께 3국 협력 강화에 쐐기를 박는 그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격화한 신냉전 시대에 한국의 좌표가 한층 뚜렷하게 각인된다.
윤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한·미·일 밀착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져야 할 리스크도 방미를 기점으로 선명해진다. 한국 정부에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은 복잡한 함수다. 북한 핵 위협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려면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이지만 북한과 특수관계인 중국·러시아의 협조 역시 중요하다. 제1위 교역국인 중국, 제10위 교역국인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한·미·일의 뚜렷한 초밀착 행보가 중국·러시아와의 대립 격화로 이어질 경우 한국의 경제·안보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갈등은 이미 표면화했다. 윤 대통령이 방미 직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대만과 갈등 중인 중국을 비판하는 등 미국 입장에 호응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단초를 제공했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가 정부 차원의 반발 메시지를 내면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반발이 더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방미 이후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 강화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속도와 수위 면에서 윤 대통령이 얼마나 외교력을 발휘하는지가 남은 변수로 꼽힌다. 회담에서 중·러를 겨냥한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행동을 담보한 약속 등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중·러 외교 공간은 극단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두고 두 정상이 내놓는 메시지가 일차적인 가늠자가 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강조하며 ‘혈맹’ 의미를 띄우는 데 집중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한국전 참전용사 등 동맹의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300여명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운 백선엽 장군과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후손들도 초청됐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와 유족 등 3명에게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현지에서 무공훈장을 친수한 것은 역대 최초로 국민을 대표해 희생과 용기에 감사를 표하는 자리”라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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