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말에 격노하는 중국, 왜

박은경 기자 2023. 4. 2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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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에 빗대…양안 관계 인식 부족
G7 정상회의 앞두고…최악 타이밍

수교 30년을 넘어선 한·중관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기점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에 대한 인식 부족을 보여줬고, 시기적으로도 중국이 매우 예민한 시점에 나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가 공개된 뒤 중국 측 반응을 분석해보면, 중국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발언보다 양안 문제를 남북한 간의 문제로 빗대 말한 부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 전 세계적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은 양안 문제는 유엔에서 별개 주권국으로 인정받는 남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이 1992년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한 수교 원칙을 깬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가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지난 20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게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격이나 경위가 전혀 달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점도 중국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분단의 쓰린 기억이 있는 한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을 더 이해하고 지지하기를 바랐는데 (양안 문제에) 무지하고 악질적인 말을 할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대만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공개됐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지난 18일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이 이번 공동성명 채택을 주도했는데, 이 같은 기조는 내달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만나 3국 안보협력 강화를 공언하고 대만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방문해 한·중 우의를 강조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나온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외교 소식통은 “첨단 기술자립을 외쳐온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외자기업에 방문해 한국에 손을 내밀었는데 대만 발언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며 “외교도 내부 결속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중국으로서는 최고지도자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강경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이 순회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강제동원(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과 코로나19 등으로 2019년 12월 이후 열리지 못하다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를 타고 윤석열 정부가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개최까지 무산시키지는 않겠지만, 점점 끈끈해지는 한·미·일 협력이 중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중·일 정상이 만나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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