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리·균형 외교 시험대 선 윤 대통령의 방미

기자 2023. 4. 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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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미국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한다. 이번 방문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및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에 이뤄진다는 상징성이 크다. 한·미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그의 방미길에 기대보다 우려를 더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한·일 정상회담 후 중국·러시아와 설전을 벌임으로써 한국은 ‘한·미·일’ 대 ‘북·중·러’가 맞부딪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문은 한국이 과연 실리·균형 외교를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인 국빈 방미에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식 회담과 여러 번의 친교 행사에서 만나 대화하고 단합을 과시할 예정이다. 북한의 핵 능력 강화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신뢰도를 높이고, 정보공유·사이버안보·우주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신재생에너지 등 경제분야 협력도 논의되고, 윤 대통령은 미국 의회와 하버드대 연설에서 한·미 ‘가치’ 동맹도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다각적인 협력은 70년을 다져온 한·미 동맹을 진척시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외교안보 격랑을 고려하면 매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해졌다. 윤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로 한국이 중·러와 거친 설전을 주고받는 상황을 야기했다. 임기 초 실리 외교를 하겠다던 다짐에서 다른 방향으로 온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짠 구도 속에 무비판적으로 몸을 맡김으로써 국익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분단국가·무역국가 한국이 주변 4강국의 절반을 적으로 돌려서는 이익보다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한·미관계는 한·일관계와 달리 상대적으로 국내 정치적 논란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태도는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할 한·미관계 성과마저 정치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국내의 초당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북핵 대응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자동차 기업의 차별 해소 약속을 받아야 한다. 또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대만 문제는 윤 대통령 인터뷰로 외교안보 갈등의 불씨가 됐다. 그걸 한·미 정상 공식 문서에 남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사려 깊고 멀리 보는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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