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국·탈당·출두 밝힌 송영길, 검찰은 실체 규명 속도 내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해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국민과 당에 공식 사과했다. 송 전 대표는 즉시 탈당하고, 24일 귀국하며, 검찰 수사에도 “저를 소환해달라”고 했다. 지난 17일 이재명 대표의 대국민사과와 귀국 요청이 있은 지 닷새 만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그로서는 오히려 늦었고, 당연한 결정이다.
송 전 대표는 회견에서 “(의혹은) 전혀 몰랐다”며 부인했고, “(검찰 수사는) 할 얘기가 많지만 귀국해서 대응해나가겠다”고 했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대로,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며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 사건은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파일과 제보를 토대로, 지난 12일 검찰이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압수수색하며 수면 위로 불거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소환조사는 진행 중인 수사 일정과 속도를 보며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가 1차 정점이 될 수사는 그의 귀국 후 급물살을 탈 전기를 맞았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즉시 귀국·탈당’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의혹 당사자가 책임을 미루며 해외에 장기 체류하지 않고, 결자해지 뜻을 밝힌 데 안도하는 표정도 읽힌다. 그러나 송 전 대표 귀국은 이 사건의 또 다른 출발선일 뿐이다. 전대에서 돈봉투를 받았다는 수사·의혹 대상자가 수십명에 달하고, 현재로선 청탁·뇌물이 얽힌 ‘이정근 게이트’로 번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1주일 새 4%포인트 급락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듯 당으로서는 차가운 여론도 맞닥뜨린 터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 떠도는 ‘돈봉투 리스트’에 거론된 의원이 ‘결백’을 주장한다고 섣불리 매듭지어질 성격도 아니다. 이 대표는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말 그대로, 사실로 밝혀진 연루 의원·당직자에 대해선 예외 없이 일벌백계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의 고질적 폐단이자 공당의 도덕성을 흔든 ‘돈정치’를 일소할 특단의 제도적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정도의 자정·환골탈태 의지가 아니면, ‘송영길과 몇몇 의원’ 사건으로 당이 축소·봉합하려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법원이 지난 21일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전대에서 8000만원의 금품을 조달·제공한 의심을 받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가능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툼의 여지와 방어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 전 부총장의 녹취파일에 의존해 피의사실을 흘리며 이어진 검찰 수사의 속도전엔 제동이 걸렸다. 야당 인사가 다수 연루된 ‘검은돈’ 수사는 신속 철저하고 투명한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길을 벗어나면, ‘기획 수사’ ‘야당 탄압 수사’라는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송 전 대표 귀국 후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 규명에 속도를 내고, 국민 앞에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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