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착한' 中전기차, 한국서도 통할까…BYD 먼저 타보니 [현장+]

노정동 2023. 4.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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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하이 시내에서 1위 전기차 타보니
승차감 부드럽고 경쾌…테슬라와 구분 어려워
곡선 주행 및 방지턱도 안정감 있게 달려
가격 경쟁력 앞세워 韓 시장도 호시탐탐
중국 비야디(BYD) 전기 SUV '쑹(宋) 플러스 EV'.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 모델이다.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上海市) 민항구(閔行)에 있는 비야디(BYD) 대리점. 이곳에서 중국 전기차 1위 토종 브랜드 BYD 차량을 직접 동승(조수석) 주행해봤다.

중국은 그야말로 '전기차 천국'이다. 지난해 중국에선 승용차 2054만대가 판매됐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시행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소비 위축으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그 와중에 전기차 판매량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중국에선 가솔린·디젤을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차 판매는 13.4% 줄었으나, 친환경차인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27.6%를 차지할 만큼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로 끝난 전기차 구매 '보조금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BYD는 179만9947대의 신에너지차를 판매해 1위에 올랐다.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전기차 44만대를 판 테슬라의 4배가 넘는다. 중국 전기차 개별 모델 판매에서도 상위 20위 안에 BYD 차량만 6대가 포진했다.

2023 상하이 모터쇼 BYD관에 전시된 '취주지엔링치'. 아직 양산이 확정되지 않은 모델.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세계 시장에도 BYD는 테슬라(글로벌 131만대)를 제치고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제조사(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로 등극했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판매량 2위 SAIC-GM-우링(44만대)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실제 탑승한 차량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쑹(宋) 플러스'와 세단 '하이바오(海豹·바다표범)'다. '쑹 플러스'는 지난해 단일 모델 기준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이다.

BYD는 크게 중장년층을 겨냥한 왕조(王朝), 젊은층을 겨냥한 해양(海洋), 고급차를 지향하는 텅스(騰勢·덴자), 최고급 싱지(星际) 시리즈로 나누어져 있다. 왕조 시리즈는 중고가 중형 세단·SUV 모델인 한(漢)·탕(唐), 중저가 콤팩트형 승용차·SUV 모델인 친(秦)·쑹(宋)·위안(元)으로 나뉜다. 해양 시리즈는 하이바오(海豹·바다표범), 하이둔(海豚·돌고래), 하이스(海狮·바다사자), 하이어우(海鸥·갈매기) 등으로, 군함시리즈는 구축함(A급 세단), 순양함(SUV), 상륙함(MPV) 등으로 구분된다.

중국 BYD 전기 SUV '쑹(宋) 플러스 EV'. BYD 제공.


BYD 전기차 외관을 보면 "중국 차 디자인 많이 발전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선 여전히 중국 제조사들의 '디자인 베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쑹' 시리즈는 과거엔 아우디, 최근엔 테슬라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이에 대해 BYD 대리점 관계자는 "소비자들 목소리를 최대한 빠르게 반영한다"고 답했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섀시 조립 완성도다. 자동차 제조사의 기술력을 평가할 때 파워트레인과 함께 가장 눈여겨봐야할 요소다. 그런 면에서 중국차 외관은 더이상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음새, 단차 등 조립 완성도가 글로벌 주요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할 만했다. 

BYD 전기차 '하이바오(바다표범)' 내부.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쑹 플러스' 내부는 외관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저렴한 인조가죽, 천장 마감재 등에서 원가를 많이 절감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쑹 플러스'의 경우 가격이 20만3800위안(약 4100만원)으로 앰비언트 라이트, 통풍 시트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을 갖췄지만 군데군데 요즘 출시되는 차에는 잘 쓰지 않는 플라스틱을 붙여놓거나 버튼을 누르는 느낌 등이 매끄럽지 않는 등 다소 부족해보이는 점도 보였다.

실내 공간은 넉넉한 편. '쑹 플러스'의 경우 차체는 현대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 정도 크기지만 전기차 특유의 장점인 내부 공간감 때문에 마치 중대형 SUV를 타고 있는 듯 했다. 1회 완충시 주행거리는 505km(중국 CLTC 기준)다.

BYD 전기 SUV '쑹(宋) 플러스' 내부 주행 모습.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주행을 시작하자 전기차답게 부드러운 가속감을 보여줬다. 특히 중저속에선 미끄러지듯 뻗어나갔다. 직접 운전하지 않고 조수석에 동승했기 때문에 가속력과 제동력을 세밀하게 평가하긴 어려웠지만, '눈 감고 탔다면 중국 전기차와 테슬라, 혹은 현대차 아이오닉을 구분해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쑹 풀러스'에 이어 탄 세단형 '하이바오'의 경우 승차감이 한층 부드러웠다. 운전을 맡은 BYD 대리점 직원이 테스트를 위해 방지턱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구간으로 안내했는데 주행감이 딱딱하다거나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이바오'의 경우 700km(CLTC 기준)를 달릴 수 있는 롱레인지 모델 가격이 한화 약 5900만원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은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시대로 넘어온 것을 큰 기회로 본다. 전기모터의 경우 내연기관 대비 제조사별 수준 차이가 크지 않아서다. 때문에 전기차 업체들은 동력 성능보다 전장(전자장비)에 강조점을 두는데 라이다나 레이다, 카메라 등 사물이나 이미지 인식 기술에 있어서 중국 업체들이 주요 완성차 업체 대비 크게 앞서 있다는 게 중론. 이는 향후 오토파일럿 등 자율주행 시대에도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앞서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상륙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미 BYD의 상용차(버스, 트럭) 등은 국내 도로를 누비고 있으며 장링·체리차 등이 빠르면 다음달 국내 시장에 전기 승용차를 내놓는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저렴한 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확 낮춘 게 강점으로 꼽힌다.

상하이(중국)=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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