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갭투자 열풍…하반기 전세사기 피해 더 쏟아진다

박태우 기자 2023. 4. 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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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부터 1·2차 특별단속

- 부산 248명 검거…12명 구속
- 피해지원센터 상담신고도 빗발

- 2021년 6월부터 전셋값 급등
- 그 당시 임대차 계약 만기 도래
- 매매가 더 낮아져 역전세 속출
- 보증금 미반환 부작용 불보듯

부산과 수도권 등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피해 상황이 하반기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셋값이 높고 갭투자가 집중됐던 2021, 2022년 이뤄진 계약 만료 시점이 오는 6월 이후 순차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 피해 신고 잇따라

23일 부산 연제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오피스텔 전세·임대 문구 등이 부착돼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23일 부산경찰청은 최근 전세사기 특별단속(1·2차) 결과 사기 등 혐의로 248명을 검거하고 이중 1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1차 특별단속에서 226명 검거, 9명 구속에 이어 오는 7월까지 진행되는 2차 특별단속에서 22명을 붙잡아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조직적 전세 사기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예정이다. 유형별로는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으로 검거된 이가 128명(6명 구속)으로 가장 많았다. ▷허위 보증·보험(87명·3명 구속) ▷공인중개사법 위반(12명) ▷권리관계 허위고지(9명) ▷무권한계약(6명·1명 구속) ▷무자본·갭투자(6명·2명 구속) 등도 잇따랐다.

별개로 부산경찰은 전세사기와 관련해 모두 32건(82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사건은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36명)이 가장 많았고 이어 ▷허위보증·보험(26명) ▷권리관계 허위고지(12명) ▷무자본·갭투자(8명) 순으로 집계됐다.

부산시가 지난 3일부터 운영 중인 전세피해지원센터에는 20일 기준 전화상담 573건, 내방상담 101건이 접수됐다. 피해대상의 70% 이상이 20, 30대의 청년층이고, 피해 주택 유형은 오피스텔과 원룸이 대부분이었다.상담자 중 국토부 기준에 부합해 전세피해확인서 발급이나 금융지원 진행 절차를 밟는 경우는 11건이다.

▮전세피해 건수 하반기 정점 예상


현재 국토부나 관련 기관은 전세 피해 건수가 올해 하반기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는 전세계약이 높은 가격으로 체결됐지만, 지난해부터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현재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속출,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면 보증금 반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부산지역 전셋값은 202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산지역 전세가격지수(2021년 6월=100)는 2021년 6월 0.8% 급등한 이후 꾸준히 올랐다. 이어 지난해 4, 5, 6월 103.0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계속 하락하다가 지난달 92.2까지 떨어졌다. 부산지역 전셋값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21년 6월~2022년 6월로 이 기간 맺었던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6월~내년 6월에 사고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집중 관리 다주택 채무자 보증 가입 물건 지역별 현황’(지난 2월 말 기준)을 보면 ▷서울 4278건 ▷인천 3949건 ▷경기 2848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경북 183건 ▷전남 179건 ▷경남·전북 42건 ▷충남 39건 ▷대구 35건 ▷강원 17건 ▷부산 14건 ▷대전 10건 ▷충북 6건이었다. 집중 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대위 변제 3건 이상 ▷최근 1년간 임의 상환 이력이 없고 미회수 채권 2억 이상인 채무자로 ‘악성 임대인’을 의미한다. 악성 임대인은 HUG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임차인이 HUG의 전세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악성 임대인인지를 사실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 주택의 보증 사고도 급증했다. HUG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증 사고는 총 7974건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 2393건의 3.3배에 달한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가구 주택이 3928건으로 전체 보증 사고의 49.3%를 차지했다. 다가구 주택 보증사고는 2020년과 2021년까지 100건 미만이었지만,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된 지난해 6678건으로 급증했다. 이어 올해 1분기에 벌써 지난해 전체의 58.8%에 달하는 사고가 났다.

정부도 전세사기 피해가 올해 하반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전세사기 피해가 올해 하반기 정도에 피크를 치지 않을까 싶다. 4년 전이나 2년 전 가격이 가장 급등하고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하던 시기에 이뤄진 계약이 후폭풍으로 시차를 두고 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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