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와 나눔, 24시간이 모자라요"…뉴질랜드 발달장애인 동포의 열정

YTN 2023. 4. 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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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손을 씻고 위생복에 위생모까지 꼼꼼히 챙깁니다.

이형탁 씨가 일하는 제빵회사.

이곳에서 형탁 씨는 일주일에 두 번,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포장 봉지에 라벨 스티커 붙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언뜻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발달장애를 가진 형탁 씨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일자리입니다.

[이형탁 / 뉴질랜드 오클랜드 : 라벨 스티커 (붙이는 일) 하고 있어요.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쉬지 않고 스티커 50개를 붙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능숙하게 해냅니다.

근무 2년 만에 빵에 과일을 올리는 새로운 일도 배웠습니다.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력과 에너지를 주고 있습니다.

[매들린 콜롬비 / 대표 :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친절하고 성실하고 동료들과 일하는 걸 좋아하고 항상 웃어요./ 제 생각에는 형탁이 어떤 것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다르더라도 괜찮다는 것, 서로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팀원들끼리 더 잘 협력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장애인 복지가 잘 돼 있는 뉴질랜드지만, 한인 장애인이 취업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형탁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2년 동안 직업 훈련 과정을 거쳤는데요.

이후에도 학습 장애가 있는 청년을 지원하는 비영리 자선단체에서 교육받으며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면접 한 번에 바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영어 의사소통 능력과 성실함, 그리고 밝고 적극적인 성격.

생후 6개월에 소아 간질 판정을 받은 뒤 자폐까지 갖게 된 형탁 씨를 물심양면 뒷받침해 온 엄마는 아들의 직장생활이 여전히 놀랍고 기특하기만 합니다.

[장진희 / 엄마 : 사장님이 너무 만족해하신다고 그다음 주인가부터 트레이닝시킨다고 일주일인가 2주일 트레이닝시키고 곧바로 이제 일을 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형탁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형탁이가 그렇게 나가서는 그렇게 실력이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었죠.]

1시간 반 거리의 제빵 회사에 혼자 버스로 출퇴근하며 다닌 지 올해로 3년 차.

지난해부터는 매주 수요일, 자원봉사도 시작했습니다.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카페인데요.

다른 장애를 가진 사회 초년생들과 함께 자원봉사로 사회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김옥 / 카페 운영·특수교사 : 형탁이가 와서 하는 일들은 테이블을 닦기도 하고 바닥을 쓸기도 하고 손님 대하는 건 좀 부족하긴 한데 계산하는 것도 좀 힘들긴 하지만 그것들도 나중에 계속 연습하면 그것도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형탁 씨.

설거지와 청소를 거쳐 이제는 음료를 만드는 것까지 배웁니다.

[이형탁 / 뉴질랜드 오클랜드 : 나 커피 배우고 싶어요. 재미있어요 손님들 주고 싶어요.]

집에서도 쉴 새가 없습니다.

수준급 바이올린 솜씨를 가족들 앞에서 뽐내는데요.

재주가 많은 형탁 씨의 취미는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

2018년 해외동포 노래자랑대회에서 우수상을 탔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장구한 / 외할아버지 : 얘가 아무래도 노래에 대해서는 제가 들어봐도 상당히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장진희 / 엄마 : 형탁이가 제일 행복할 때는 노래 부르고 댄스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바이올린 연습하고 그러니까 자기가 뭘 하는데 그게 좋아하는 거를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거에 그게 제일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그냥 꾸준히 자기 좋아하는 거 그냥 계속하게끔 뒷받침해 주는 거예요.]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제빵회사, 화요일에는 댄스 학원, 수요일에는 카페 봉사, 목요일에는 또래 친구들 모임까지.

커피도 배우고 싶고, 가수도 되고 싶은 형탁 씨는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지만,

묵묵히 꿈을 지지해 주는 가족이 있기에 계속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장진희 / 엄마 : 지금처럼 그냥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거 그냥 열심히 하고 그냥 이렇게 건강하게 앞으로 잘 그냥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그냥 컸으면 좋겠어요.]

[장구한 / 외할아버지 : 성실하게 자기 분수를 지키고 또 건강하게 이렇게 살아 나갔으면 뭐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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