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외면하는 세입자...정부 대책 실효성 귀추

신익규 기자,김동희 기자,이태희 기자 2023. 4. 23. 1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전세 거래량 급감…반면 전월세 전환은 늘어
기존 전세사기 대책 실효성 미비해…전세 꺼려하는 시민들
23일 실질적 대책 마련한 당정, 지원책 추진 수립 과정 눈길

전세에서 월세로 눈길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속 경기침체와 함께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기존 전세사기 대책의 실효성이 미미한 가운데 특히 대전 지역의 경우, 깡통 전세 위험도가 유독 높아 전세를 외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 변화 등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역 내 주택 전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분기 9540건에서 올 1분기 6520건으로 줄어 약 31%의 감소율을 보였다. 전세보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다가구주택의 전세 거래 건수는 동기간 4294건에서 2244건으로 47% 가량 급감해 유독 두드러진 감소율을 보였다.

고금리 등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전세 거래가 위축된 영향일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상승한 전월세 전환율이 눈에 띈다. 지역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5.9%에 머물렀으나 일명 '빌라왕' 전세사기가 이슈화된 같은 해 12월부터 조금씩 증가하더니 지난 2월 기준 6.2%까지 늘었다. 고금리로 전세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와중에 대규모 전세사기가 전국적인 사안으로 부상하며 세입자들의 전세 기피가 잇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를 외면하는 세입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당장 지역 내 깡통 전세 위험성이 전국적으로 순위권 안에 든다는 점이 전세 거래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시장 사이렌을 보면 지난달 전국 시·군·구 연립·다세대 전세가율 중 80%를 넘긴 곳은 모두 25곳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 전세가율이 80%를 넘을 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깡통 전세로 취급한다.

이 중 대덕구 전세가율은 131.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매매가격을 1억 원이라고 할 때 전셋값이 1억 3000만 원을 넘는 셈이다.

중구 전세가율도 85.8%를 기록하며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등 지역 내 전체 연립·다세대 평균 전세가율은 100.7%로 조사됐다. 대전 곳곳에 깡통전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보니 전세 계약을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도 문제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았을 경우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이나 긴급주거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 같은 지원책 모두 전세 피해자에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은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무주택 피해자가 보증금 최대 3억 원 이하의 새로운 전셋집에 입주하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긴급주거지원책 또한 정부의 최근 추가 대책으로 6개월 치 월세 선납 조건이 없어졌지만 주택 규모나 생활 여건 등으로 피해자들의 실제 거주 사례는 드물다.

실제 지역 내 긴급주거지원책을 활용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시민은 불과 3명뿐이다. 지역에선 지난해 수백억 원대 오피스텔 전세사기로 15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최근엔 서구 도마동과 괴정동을 중심으로 50억 원대 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긴급주거지원책으로 도움을 받은 시민의 수는 극히 일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정은 23일 전세사기 피해 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회복 및 피해자 지원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피해자 우선 매수권 및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전세사기를 비롯한 다수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재산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도 예고했다. 전세사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가해자 엄벌 등을 약속한 것이다.

당정은 다음주 중 한시 특별법을 발의하고 국토교통부 내 심의위원회를 별도 설치해 관련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인천에 이어 전국 최초로 긴급주거 공공임대주택 59호를 선제적으로 확보했고 저금리 대출 및 무이자 전세대출 등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는 향후 피해자 추가 발생 시 전세피해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장우 시장은 "시민들이 전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전세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신속한 피해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