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세상 배우며 대학생 됐어요"…캐나다 자폐증 한인 가족의 도전기

YTN 2023. 4. 23. 19: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밴쿠버 근교 버너비 시내의 한 쇼핑몰.

명문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각자의 필기를 서로 비교하며,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을 추려보는 학생들,

그중 특히 열성적으로 친구들에게 동물의 호흡 방식을 설명하는 사람이 눈에 띄는데요.

생물학자를 꿈꾸는 대학교 1학년 민가빈 씨입니다.

[민가빈 / 캐나다 밴쿠버 : 어렸을 때 수족관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 그러다 보니까 왠지 생물을 보고서 갑자기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거든요. 연어 알 낳는 것도 보고 어떻게 연어가 이렇게 물살이 센 곳에서 살아남을까? 우럭도 봤을 때 어떻게 몸이 둥근 애들이 있고 어떻게 몸이 튀어나온 애들이 있나….]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주한 뒤 낚시와 승마, 스키 등을 통해 캐나다의 자연환경을 만끽하며 자란 가빈 씨.

가빈 씨가 이처럼 학업에도 열정이 넘치고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기까지는, 남들보다 힘들게, 훨씬 더 많이 노력해 대학교에 진학한 사연이 있습니다.

[민동필 / 민가빈 씨 아버지 :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해도 담임 선생님이 애가 단어도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사회성이 일단 발달이 안되니까 언어도 같이 느려졌거든요.]

가빈 씨는 5살 때 병원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여느 아이들과 다르다는 전문가의 이야기에 아버지 민동필 씨는 고심 끝에 큰 결단을 내렸죠.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코넬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연구 분야를 완전히 바꾼 겁니다.

전공인 생화학을 접고, 아들처럼 자폐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교육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민동필 / 민가빈 씨 아버지 : 행동을 반복 훈련을 시키면서 한다든가 이거 가지고는 아이들이 두뇌 자체를 발달시킨다는 건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는 내가 직접 자폐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동필 씨와 아들 가빈 씨의 두뇌 계발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말을 꺼내지 못하던 아들에게 몇 년 동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고 대답을 유도하면서 말문이 트이게 했고,

대화가 가능해진 이후로는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민동필 / 민가빈 씨 아버지 : 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는 바위를 연구하는 사람. 그러다가 물고기나 이런 것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물고기를 연구하는 과학자.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어왔거든요. 조금씩.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이 구체화되는 데까지는 제가 생각하기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호기심이라고 보거든요.]

[민가빈 / 캐나다 밴쿠버 : 주변 다니면서 아빠가 보고 설명하라고 하는 것 뭐든지 보고 설명(했어요). 보는 것만 가지고는 안 돼요. 학교 공부에도 직접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것을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계속해왔거든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유년 시기를 거쳐,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아 학교 수업을 듣던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자연환경과 해양생물에 관한 관심을 발전시켜 이제는 친구들에게 전공과목을 막힘없이 설명할 정도로 성장한 가빈 씨.

친구들과 방학마다 야영도 다닐 정도로, 자폐를 가진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사회성 기르기에도 성공했습니다.

[민가빈 / 캐나다 밴쿠버 : 새로 아는 애들도 계속 생기고 걔네들이랑도 얘기해보고 걔네들도 저를 좀 사랑하는 편입니다. 저를 좋아하니까요. 제가 열심히 하는 것도 보일 때도 있고 그러니까요.]

[노만 챈 / 민가빈 씨 친구 : 가빈이가 항상 수학이나 생물학 같은 학교 공부를 도와줘요.]

[크리스 리 / 민가빈 씨 이웃 : 가빈이를 어렸을 때부터 봐 왔는데요, 작년에 대학에 입학해 친구들 모임도 갖고 그러더니 최근에 가빈이를 봤는데 사회성이 많이 좋아진 것 같더라고요.]

가빈 씨를 어엿한 대학생으로 키워낸 아버지의 소망은 아들의 온전한 자립.

[민동필 / 민가빈 씨 아버지 : 보통 제가 만난 자폐아 부모님들은 어떤 분들은 그러시더라고요. 자식보다 내가 하루라도 더 살면서 아이가 자라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그러는데, 저는 반대로요, 제가 언제 죽어도 아이가 스스로 혼자서 모든 것들을 해결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두뇌능력을 계속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동안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를 위한 공부법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논문과 SNS 글, 칼럼 형식으로 세상에 소개해왔는데요,

아들을 포함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든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연구 성과를 계속 공유해나갈 생각입니다.

[민동필 / 민가빈 씨 아버지 : 한 사람의 삶이 자유로워서 어떤 것에도 걸림이 없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공부 방법들을 마무리 짓는 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저는 봅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