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도입 무산된 임신중지약, 일본서 먼저 승인

최진주 2023. 4. 23. 19: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한국 도입이 무산된 먹는 임신중지(낙태)약이 일본에서 먼저 승인됐다.

1988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승인된 이 약은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정식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형법상 낙태죄가 존재하는 등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일본에선 오랫동안 도입되지 않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후생노동성 분과위, 영 라인파마 임신중지약 승인 
임상시험·의견수렴 거쳐... 사용·관리 규정도 엄격
영국 라인파마의 먹는 임신중지약이 일본에서 '메피고 팩'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1일 후생노동성 약 분과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라인파마 제공

지난해 한국 도입이 무산된 먹는 임신중지(낙태)약이 일본에서 먼저 승인됐다. 1988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승인된 이 약은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정식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형법상 낙태죄가 존재하는 등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일본에선 오랫동안 도입되지 않았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의 약 분과위원회는 영국 라인파마가 2021년 12월 승인 신청한 임신중지약 ‘메피고 팩’의 제조·판매를 지난 21일 승인했다. 보통 1개월 정도 걸리는 후생노동장관의 정식 승인을 거쳐 제조 및 판매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국에선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후 라인파마와 한국 독점 계약을 맺은 현대약품이 같은 약을 ‘미프지미소’라는 명칭으로 2021년 식약처에 승인 신청했지만,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자 지난해 말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임신 9주까지 사용 가능... 사용·관리 원칙 엄격

일본에서 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대상은 임신 9주까지의 여성이다. 임신 지속에 필요한 황체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는 ‘미페프리스톤’을 먼저 복용한 뒤 36~49시간 후에 자궁 수축제인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는 방식이다. 적절한 의료 체제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두 번째 약을 복용한 후 바로 귀가하지 말고 임신중지가 확인될 때까지 병원에서 대기할 것을 요구했다. 오·남용 방지를 위해 제약회사와 의료기관에 매월 판매량과 사용량을 광역지자체 의사회에 보고하는 의무도 부여했다.

후생노동성은 사회적 논란을 고려해 극히 신중하게 승인 절차를 진행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년 넘게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고 80개국 이상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약인데도 일본 내 임상시험을 별도로 거쳤다. 총 120명이 참여한 임상시험에선 90%가 8시간 이내, 93%가 24시간 이내 임신중지를 확인했다. 일부에서 하복부 통증과 구토 등 부작용이 있었으나 대부분 경미했고, 이상 출혈이나 세균 감염 같은 사례는 4건 보고됐다.

영국 라인파마사의 임신중지약. 일본에서 '메피고 팩'이란 이름으로 지난 21일 후생노동성의 약 분과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라인파마 제공

의견 수렴에 1만2000건 몰려

사회적 관심이 크다는 이유로 의견 수렴도 실시했는데, 보통 많아야 1,000건 정도였던 의견이 이번엔 무려 1만2,000건이나 접수됐다.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사용 규제를 더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영국의 경우, 임신 9주 6일까지 원격진료만 받으면 집에서도 약을 복용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먹는 임신중지약 승인이 뒤늦게 이루어진 건 다행이지만 일본에 낙태죄가 아직 남아 있고 임신중지 때 배우자 동의를 요구하는 등 ‘안전한 낙태를 선택하는 건 여성의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2021년도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12만6,174건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