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초진율 과목마다 ‘들쑥날쑥’

심평원 7개 과목 초재진 현황
피부과 26% ‘최고’ 정신과 3.3%
“진료과별 심층 분석 필요” 목소리
한시 허용 중단 앞두고 법제화에
플랫폼업계 “초진부터 허용해야”
의료계 “안전성 담보할 수 없어”

비대면 진료 초진 비율이 진료과목별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 진료 허용을 위한 입법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같은 초·재진 비율 등 과목별 특성까지 감안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7개 진료과목 비대면진료 초·재진 진료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과목의 초진 비율은 적게는 3.3%(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많게는 25.9%(피부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정부와 의료계는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 이상일 때 한정해 유무선 전화, 화상통신을 활용한 상담과 처방 등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왔다. 그 결과 2020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3661만건(코로나19 재택치료 포함)의 비대면 진료(초진 18.5%, 재진 81.5%)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신 의원실 분석 자료는 2020년 2월∼2022년 9월 내·외·산부인·소아·피부·비뇨의학·정신건강의학과 7개 진료과목의 비대면 진료 1833만건 중 초·재진 구분이 가능한 989만8995건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들 7개 과목의 비대면 진료는 초진 89만1529건, 재진 900만7466건이었다. 이들 7개 과목의 초진 비율이 전체 과목(18.5%)의 절반 수준인 9.0%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초진 비율은 과목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피부과의 초진 비율은 25.9%인 반면 정신건강의학과는 3.3%에 그쳤다. 통상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과목들은 산부인과 13.4%, 외과 11.6%, 소아과 8.9%, 내과 8.7% 등으로 나타났다.

신현영 의원은 “급성기 또는 만성기 질환 등 진료과목의 특성에 따라 초·재진 비율이 상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면 진료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적절히 활용해 진료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과목별로 심층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코로나19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대면 진료 계속 허용 여부는 의료계 안팎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WHO가 비상사태를 해제하면 정부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 혹은 ‘주의’ 단계로 하향할 예정이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계속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일상회복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관련 5개 법안 발의 및 시범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재진에만 국한된 대다수 법안과 정부 정책 추진 방향에 닥터나우, 굿닥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비대면 진료의 99%는 초진이었고 초진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도 입증됐다”며 초·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 5개 단체는 지난 21일 공동성명에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플랫폼업체들이) 비대면 초진으로 수익을 창출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