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철수 작전' 사우디는 선박, 미국은 헬기 이용…한국은

김상훈 2023. 4. 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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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헬기 동원해 교전없이 약 100명 에티오피아로 빼내
사우디, 육로 이동후 홍해 포트수단에서 선박 이용
한국, 지부티에 공군 수송기 대기…청해부대 수단 해역 이동중
사우디아라비아 군인들이 수단에서 안전하게 철수해 제다에 도착한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군벌 간 무력 분쟁이 계속되는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한국 국민의 철수 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자국민 철수 성공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23일(현지시간) 수단에 체류 중이던 70여명의 대사관 직원과 일부 제3국 외교관 등 100명 미만의 민간인을 안전하게 철수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관 철수 명령을 받은 미군은 이번 작전에 약 100명의 특수부대원과 침투 작전에 사용되는 MH47 치누크 헬기를 동원했다.

인근 지부티 기지에 있던 미군 MH-47 헬기는 치열한 전투가 한창인 하르툼 시내 미국대사관에 착륙해 약 1시간 동안 머물며 대사관 직원 등을 태우고 인근 에티오피아로 빠져나왔다.

9일째 이어지는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교전으로 직원들이 대사관에서 공항까지 이동하기가 매우 위험한 데다, 수도 하르툼 공항이 주요 교전 지역이어서 수송기 등의 이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원들은 총 한 발 쏘지 않은 채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치누크 헬기.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작전 담당인 더글러스 심스 중장은 "우리는 (하르툼) 진입 과정에서 소규모 총격전도 치르지 않았고 아무런 이슈 없이 철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철수 작전 개시 직전부터 작전이 마무리될 때까지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 등이 분쟁 중인 수단의 양대 군벌과 지속 접촉하면서 작전팀의 안전 경로 확보에 힘썼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다만, 미국의 이번 철수작전에서는 우선 대사관 직원들만 구출해냈고, 그 외의 자국민에 대한 철수 작전 계획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미국에 앞서 자국민 등 철수에 성공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바닷길을 이용했다.

사우디는 전날 자국민 91명,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인도, 불가리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캐나다, 부르키나파소 등 12개국 국민 66명을 자국으로 안전하게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알에크바리야 방송에 따르면 전날 수단을 빠져나간 총 157명은 차량으로 수도 하르툼에서 홍해 항구도시 포트 수단으로 이동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가는 배를 탔다.

공항 폐쇄로 항공기 이용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했지만, 육로 이동에 따른 위험은 감수한 것이다.

해외 임무 준비하는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공정통제사 요원 (서울=연합뉴스) 21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공정통제사 요원들이 서로 필요한 물자를 점검해주며 수단 교민철수 해외임무를 준비하고 있다. 공군 공정통제사는 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조력자 안전이송을 위해 투입된 바 있으며, 이번에도 재외국민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2023.4.21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수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28명을 안전하게 빼내야 하는 우리 정부도 공항, 항구, 철도 등 가능한 모든 경로를 염두에 두고 철수 작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와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등 50여 명의 지원 병력을 파견했다.

전날 수단 인근 지부티 미군 기지에 도착한 이들은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철수 작전 개시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또 우리 정부는 바닷길을 통한 철수 상황에 대비해 오만 살랄라 항에 있던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인 청해부대 충무공이순신함(DDH-II·4천400t급)을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키는 중이다.

한국에 앞서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이 자국민 철수 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단 정부군과 RSF는 각국의 철수 작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덴만 연안서 해상훈련 중인 충무공이순신함 2021년 10월 18일 아덴만과 아라비아해를 통과하는 국제권고통항로에서 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한 대한민국 충무공이순신함(왼쪽)과 EU해군의 빅토리아함.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P 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RSF는 사흘간의 이드 휴전을 지키고 있으며, 모든 외교사절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도 각국 지도자들의 요청을 받고 주요 국가들의 국민 철수를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시작된 사흘간의 '이드 휴전' 중에도 양측의 무력 충돌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안전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외국인들의 대피 과정에서 일부가 공격을 받은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단 정부군과 RSF는 프랑스 국민 철수 과정에서 1명이 다쳤다면서 상대방을 공격의 주체로 지목하고 있다.

또 정부군은 RSF 측이 포트 수단으로 향하는 카타르 차량을 공격하고 약탈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카타르 정부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 수단 체류국민 철수 위한 군 수송기 투입(종합)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무력 충돌 사태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수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철수를 위한 군 수송기가 21일 오후 현지로 출발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오늘 오후 4시 53분 김해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가 이륙했다고 밝혔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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