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영웅 후손들과 오찬… 동맹 중심 외교 선명성 부각 [尹대통령 24일 방미]

이현미 2023. 4. 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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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가치외교’ 업그레이드
현지서 동맹 상징 300명 위한 행사
백선엽 장녀·밴플리트 외손자 포함
천안함 등 호국영웅 8명도 초대돼
6·25 용사들에 태극무공훈장 수여
美 포로·실종장병 추모 테이블 마련
신냉전 속 中·러와 긴장 감수 기류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동맹 70주년에 성사된 국빈 방미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가치 외교’를 선명히 부각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24일부터 5박7일 간 이뤄지는 방미 기간에 밴플리트(1892∼1992) 장군과 백선엽(1920∼2020) 장군의 후손 등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300여명과 오찬을 갖고, 미국 현지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직접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한다.
함께 걸린 태극기·성조기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실베이니아애비뉴에 태극기, 성조기와 워싱턴시 깃발이 걸려 있다. 독자 제공, 뉴스1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동맹·우방국 중심의 외교 정책을 강화해왔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부, 대만 문제를 놓고 러시아, 중국과의 긴장이 커진 가운데, 방미 기간 ‘한·미 등 자유주의 진영’과 ‘북·중·러 공산주의 진영’의 세계사적 충돌이었던 한국전쟁의 의미를 강조하며 윤석열정부의 동맹국 중심 외교 노선을 선명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는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기류 속에서 대미 노선에 적극 동참하며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실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한·미 주요 인사 300여명과 감사 오찬을 갖고 6·25 참전용사들에게 태극무공훈장을 친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찬에는 한·미 양측의 참전용사를 비롯한 유족과 주한미군 복무 장병, 양국 경제 동맹 주요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한국전쟁 당시 제3대 미8군사령관이었던 밴플리트 장군의 외손자 조지프 매크리스천 주니어와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도 함께 한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등 북한 관련 호국영웅 8명도 초대됐다. 대통령실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장병들을 잊지 않고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생존 용사인 랠프 퍼켓 미 예비역 육군 대령과 엘머 로이스 윌리엄스 예비역 해군 대령에게 한국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직접 수여하고, 고(故)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에게는 조카인 조셉 로페즈가 대참한 가운데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해외 현지에서 대통령이 직접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한·미 동맹의 역사·의미, 미래를 강조할 예정이다.
한·미 당국은 이번 오찬에서 ‘미 포로·실종 장병 추모 테이블’도 마련한다. ‘추모 테이블’은 포로·실종 장병이 언젠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빈 좌석을 배치하는 것으로, 윤 대통령 부부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참전용사를 끝까지 찾겠다’는 의지를 전하며 추모 테이블의 촛불을 밝힐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 매사추세츠가에 위치한 주 워싱턴 한국문화원 외벽에 한미동맹 70년 기념 게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1953년 미국 의장대와 2023년 대한민국 의장대가 각각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통해 한미동맹의 역사와 소중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장소적인 특징을 미디어로 활용해 실물과 이미지를 결합하는 방식의 앰비언트 광고를 활용했다.    대통령실 제공
방미 일정에 맞춰 24일부터 보훈처와 한·미연합군사령부가 공동 제작한 ‘한국전쟁 10대 영웅’ 헌정 영상이 서울 시내 전광판에서 상영된다. 24일 120여곳에서 시작해 다음달 1일부터는 전국 150여개소로 확대된다. 헌정 영상에는 “한국전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LG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같은 내용의 영문 영상을 하루 약 680회 송출하고 있다.
취임 후 대미 중심 노선을 걸어온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미를 통해 한층 그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미·중 갈등 속 신냉전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협력 강화에 최우선 방점을 찍으며 중국, 러시아와의 긴장 고조를 감수하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개최한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주요경제국포럼(MEF)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 발언에 러시아가 반발하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면서도 “한국전쟁 때 우리를 위해서 희생한 다른 나라들이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학살이 이뤄질 경우 우리만 팔짱을 낀 채 청정국으로 남을 순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 참전국의 희생과 도움으로 대한민국의 존립과 번영이 가능했다고 보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과거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도움을 받은 나라로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 기간 한국전쟁 관련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것도 미국 중심 세계 질서에 적극 편입하려는 윤 정부의 외교 정책 명분을 강화하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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