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성이` 증시… `빚투` 20조 넘자 한투증권 대출 중단

이윤희 2023. 4.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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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투자금 절반이 '빚투'
에코프로 등 2차전지 투자 과열
코스닥 거래대금, 코스피 넘어서
한투, 신용한도 소진돼 대출중단
투자 경고 종목도 60% 늘어나

최근 '에코프로' 등 2차전지관련주들이 주도한 '코스닥 랠리'에 개인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빚을 내 동참하고 있다. 개인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올 들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시가총액으로 보면 코스닥은 코스피 시장의 5분의 1 규모. 하지만 거래대금은 지난달부터 역전했다. 코스닥 시장 투자금의 절반이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차전지관련주의 과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더욱 신중한 투자 자세가 요구된다. 증권사도 증권담보대출을 한시 중단하는 등 관리에 나섰다.

◇빌려준 돈 10개월만에 20조 돌파=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개인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인 신용융자 잔고는 20조 2863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고액은 전날인 19일 올 들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겼다. 이 잔고가 20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6월 20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올해 초 16조5300억원 규모였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는 코스닥시장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20일 기준 신용거래 잔액은 코스피에서 9조8245억원, 코스닥에서 10조4618억원으로 코스닥시장에서 더 많았다. 지난해 말 7조7609억원이던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원이 넘었고, 지난 3월 말부터는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을 넘어섰다.

실제 올해 국내 증시를 주도한 것은 코스닥 시장이었다. 1월 초부터 이달 21일까지 코스피 지수가 13.70%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 지수는 27.90% 급등했다. '에코 개미'라고 불리는 2차전지주투자자들이 이같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개인의 코스닥시장 누적 순매수액은 6조1278억원. 같은 기간 기관(3조7911억원)과 외국인( 9393억원), 기타법인(1조4041억원) 이 모두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문제는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의 절반가량이 레버리지(차입) 투자라는 점. 올해 코스닥시장에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증가분은 2조7008억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의 4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코스닥 시장의 조정이 시작되면 과도한 빚투로 인해 수급 후폭풍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투자 경고 종목도 늘어=이달 들어 시장경보 조치를 받은 코스닥 종목이 많이 늘어나는 등 과열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시장경보 제도상 투자 경고 종목 지정은 53건(48종목) 발생했다. 올해 투자 경고 종목 지정 건수 중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발생한 건은 24건으로, 전달(15건)과 비교해 60% 늘었다.

특히 시장경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된 자이글(3월 30일), 알에프세미(4월12일·4월21일), 이브이첨단소재(4월14일) 등은 모두 시장에서 2차전지테마주로 받아들여지며 주가가 폭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용한도 소진...증권담보대출 중단도=신용융자가 빠르게 늘자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증권담보대출을 중단한 증권사도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매수와 주식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 예탁증권담보 신규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고객을 대상으로 "당사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업무가 일시 중단됐다"며 "고객이 보유 중인 융자 및 대출 잔고에 한해 요건 충족 시 만기연장만 가능하다"고 알렸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조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법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신용공여를 할 경우 신용공여의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을 초과해선 안 된다.

개인투자자들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도 신용공여 한도 관리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대용 비율 조정에 들어갔다. 보증금률에 따라 40~55%였던 대용비율은 30~45%로, 현금비율은 5%에서 15%로 올렸다. 그 밖에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되기 전에 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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