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오른 서울 도심복합사업 6곳…분상제 논란 딛고 속도 낼까

최종훈 2023. 4.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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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저층 주거지 고밀개발
서울 6곳 기본설계 당선작 공개
‘분양가 역전’ 우려에 토지주 반발

최근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등을 고밀 개발하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의 첫 기본설계가 나오면서 해당 사업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도심복합사업 선도지구로 기본현상설계 공모를 거쳐 설계안이 나온 곳은 증산4, 신길2, 방학역, 연신내역, 쌍문역 동측, 쌍문역 서측 등 서울 6곳이다. 이들 지구는 2021년 2월 도심복합사업이 도입되고 같은 해 12월 최초로 지정된 곳으로, 총 7765호의 주택이 새로 들어선다. 사업 추진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오는 6월부터 순차적으로 사업계획 승인 절차에 들어가 내년부터는 이주와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또 사업승인이 이뤄지면 착공 전이라도 도심복합사업으로는 처음으로 무주택 수요자를 위한 공공주택 사전청약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분양가 상한제 등 속히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부터 사업승인 신청 절차

이번 설계공모에서는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거주와 비거주의 공존’, ‘작고 단일한 도시’(Small Compact city) 등의 개발 콘셉트를 제시한 뒤 국내 유수의 건축사사무소들이 공모에 참여하는 등 관심이 높았다.

선도지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커 2개 블록으로 나눠서 개발되는 은평구 증산 4지구(16만7천㎡)는 1블록에 최고 40층에 2449가구, 2블록에는 최고 45층에 1101가구 등 합쳐서 총 3550가구를 짓는다. 1블록은 ‘오래된 미래를 담은 시뫼루 마을’ , 2블록은 ‘도시와 공존하는 마을’ 을 주제로 한 설계안이 각각 당선됐다. ‘삼중의 조화’를 모티브로 한 은평구 연신내역 지구에는 최고 49층, 총 392가구의 주거복합단지가 들어선다.

‘그린 인프라시티’를 내건 설계안이 적용되는 영등포구 신길 2지구에는 최고 45층, 총 1332가구가 들어선다. 그밖에 도봉구 방학역, 쌍문역 동측, 쌍문역 서측 등도 개성있는 설계안이 나왔다. 6곳의 설계안 당선작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설계공모 누리집(www.urban-phc.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정부 때 나온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2·4 대책)에 따라 추진되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도심지에 위치해 있지만 기존 재개발 방식으로는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곳을 용적률 상향과 신속한 인·허가 등을 거쳐 고밀개발해 대량의 신축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자로 참여하며, 토지주에게 보상하는 주택을 제외한 물량은 일반분양 방식으로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게 된다. 특히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이 지구 지정부터 분양까지 약 13년 걸리는 데 비해 도심복합사업은 통합심의 등을 통해 분양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약 3년에 불과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민간 정비사업에선 볼 수 없는 지원도 다수 제공된다. 부담 여력이 부족한 토지주를 위해 우선분양가의 50%만 부담하고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이익공유형 등 공공자가주택도 공급한다. 또 세입자에게는 인근 매입임대, 공공택지 내 공공임대주택 등에 입주하거나, 주택자금 융자 알선 등 이주대책을 시행하고, 사업 완료 후에는 도심복합사업을 통해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우선 입주권 부여)하게 된다. 주민 동의(토지주 2/3, 면적 1/2 이상)가 확보되는 경우에만 사업 추진이 확정(본 지구지정)되며, 민간브랜드 선정, 주민대표회의 운영 등 민간 재개발사업 수준의 주민 선택권을 보장한다. 현재 전국 57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 서울 6곳과 서울 외 지역 3곳 등 9곳의 지구 지정이 완료된 상태로, 엘에이치는 이번에 설계안을 정한 서울 6곳에 대해서는 6월부터 순차적으로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계획 승인 이후에는 보상과 이주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 처음으로 착공되는 곳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사업계획 승인이 임박한 6곳의 입지는 대부분 양호한 것으로 평가한다.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 가장 큰 규모(16만7천㎡)인 증산4구역은 지하철6호선 증산역과 불광천이 인접해 있는 곳이다. 연신내역 구역(427호)은 규모는 작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신내역 역세권에 위치해 있어 교통여건이 우수하다. 방학역 구역(424호)은 지하철1호선 방학역에 인접한 교통요지로, 앞으로 우이신설 연장선 신설계획에 따라 더블 역세권역이 형성되는 점을 고려해 주거·상업·문화 기능을 집약한 고밀 복합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신길 2구역은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1·5호선 신길역이 가깝고 여의도에 인접해 있는 입지가 돋보이는 곳이다.

토지주와 일반분양 ‘분양가 역전’ 논란

엘에이치는 선도지구 6곳의 순차적인 사업계획 승인 신청 이후 시공사 공모 절차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엘에이치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시공사 선정 관련 세부기준을 확정한 뒤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6개 선도지구의 시공사가 적기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서울시내 요지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인 만큼 선도지구 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심복합사업 일반분양 아파트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지난해 엘에이치가 추정한 예상 일반분양가를 보면, 전용 84㎡ 기준으로 신길2구역 8억9천만원, 연신내역 7억5천만원, 증산4 7억3천만원, 쌍문역 서측 7억2천만원, 쌍문역 동측 6억7천만원, 방학역 6억4천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 등 아파트 공사비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추세여서 실제 내년도 일반분양가는 당초 추정치보다 10% 이상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수유12구역 등 일부 도심복합사업지에서 주민(토지주)들에게 제공되는 주택의 분양가격이 일반분양 분양가보다 높아지는 ‘분양가 역전’ 현상이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사업지구 주민들은 공공사업 개발이익이 일반분양 계약자에게 ‘로또’처럼 과도하게 귀속되지 않도록 도심복합사업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올해 초 정부가 서울 용산구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지역을 풀어, 비규제지역에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중단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회에는 공공주택이지만 도심복합사업 지구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제출돼 소관 상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도심 복합사업지구에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부터 시행 중인 주택 전매제한 완화도 도심복합사업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도심복합사업지구 공공주택은 최대 10년(분양가격이 시세의 80% 이하인 경우)까지 전매제한이 적용될 예정이었는데, 정부의 규제완화 조처로 전매제한 기간이 당첨일로부터 3년으로 단축됐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도심 복합사업지구 아파트의 전매제한 완화는 토지주나 수요자들에게 호재”라며 “다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배제로 분양가격이 오른다면 도심권 주택을 기다려왔던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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