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후쿠시마 방류` 과학의 시선으로 봐야

2023. 4. 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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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지금은 과학의 시선으로 사실을 봐야 할 때다. 요즘 후쿠시마 오염수가 핫이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주변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처리한 후 방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오염수 처리를 위해 2013년부터 다핵종제거시설(ALPS)을 운영해 왔다. 그런데 ALPS가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없어, 일본 정부는 배출기준(6만 Bq/L)의 1/40(1500 Bq/L) 이하로 희석해 방류하기로 한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남아있는 삼중수소가 유입돼 우리 해역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국민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우려는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채 괴담에 매몰된다면, 의도치 않게 우리 어민과 수산업자 등 애꿎은 피해자가 생겨날 수 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평가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삼중수소는 최대 18.6 keV(평균 5.7 keV)의 베타선을 방출한다. 이 베타선은 에너지가 낮아 사람 피부도 뚫지 못하지만, 몸속에 흡수되면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2002년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삼중수소수의 유효예탁선량계수(mSv/Bq)는 1.8×10.8이다. 원전 사고 시 주요 관심 핵종인 세슘-137과 비교해 보면 약 700분의1에 불과하다. 그만큼 삼중수소는 다른 핵종에 비해 방사학적 위험이 적다. 또 자연 방사능 수준의 방사선 피폭으로 유의미한 암 발생 증가는 관측되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유독 후쿠시마 원전에만 있는 걸까? 아니다. 지구 어느 곳이든 존재한다. 삼중수소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중성자와 양성자가 대기 중 산소와 질소와 반응해 생성된다. 지구 대기 전체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에 의한 방사능은 연간 5.7×1016~2.9×1017 Bq이다. 또 1945~1984년 사이 행한 수소폭탄 실험으로도 대량 생성됐다. 이 삼중수소의 총방사능은 최대 1.9×1020 Bq에 달한다. 원전 운영으로도 발생한다.

삼중수소는 물의 순환과 함께 대기, 지하수, 토양, 강, 호수, 바다 등에도도 존재한다. 우리가 먹는 물에도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라마다 다르지만 먹는 물의 수질 기준으로 삼중수소 농도(Bq/L)를 제한하고 있다. 핀란드 3만, 스위스 1만, 캐나다(온타리오) 7000, 미국 740 등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왔다. 2013년 9월 이후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우리 인근 해역 방사능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2021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 22개 정점에서 표층 해수의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는 0.111~0.202 Bq/L로, 과거 5년간(2016~2020) 농도 범위(0.0577~0.301 Bq/L) 이내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삼중수소 농도 증가는 관측되지 않았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돼도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 2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 삼중수소가 남해 해역에 최소 2년, 통상 3~5년 후 유입되지만, 그 농도는 평상시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일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연구기관이 개발한 시뮬레이션 모델은 표층에서 수심 3000~4000 미터까지 3차원 계산이 가능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사능모델 비교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검증받기도 했다. IAEA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국적 전문가 15명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하여 안전성 검토와 환경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그렇다고 해양환경 영향이 제한적인 계획된 방류에 대해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 없다. 그 계획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며 검증하면 된다. 그것이 우리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면 우리 바다가 오염될 일도, 국민이 위험에 빠질 일도 없다. 과학적 이해와 판단이 과도한 공포를 이겨내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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