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한방진료 1인당 年 100만원 육박… 요금인상 지렛대 되나 [뉴스 투데이]

보험硏, 대인배상 현황 보고서
2022년 1조4636억… 3년새 5067억 급증
1인당 21만원 늘어 96만 7000원 달해
양방은 1조 506억으로 감소추세 ‘대조’
한방병원 검사료·입원비도 30% 넘게 ↑
보험硏 “이대론 2년 뒤 2825억 더 늘어
불필요한 진료로 보험료 인상 압박”
교통사고 환자 첩약 처방일수 놓고
보험업계·한의사 갈등도 날로 고조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진료비 중 한방진료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차보험을 통한 1인당 한방진료비가 1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후 1인당 의과(양방)진료비가 감소 추세인 점과 대비된다. 보험업계에선 계속 늘어나는 한방진료비가 추후 자동차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년 새 1인당 21만원↑

보험연구원이 23일 발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후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한방진료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차보험 대인배상 진료비 가운데 한방진료비는 2019년 9569억원에서 지난해 1조4636억원으로 5067억원 증가했다. 반면 양방진료비는 같은 기간 2067억원(1조2573억원→1조506억원) 감소했다.

1인당 진료비로 보면 최근 3년 새 한방은 21만3000원(75만4000원→96만7000원) 늘었으나, 양방은 2만5000원(66만4000원→63만9000원) 줄어들었다. 양방 1인당 진료비의 경우 2019년 66만4000원에서 2020년 66만8000원으로 4000원 증가한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했지만 한방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진료비 중 양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7%에서 지난해 42%로 줄었고, 한방이 43%에서 58%로 급증했다.

연구원은 2019년 4월 한방 추나요법이 급여화된 이후 건강보험에서는 사용량 증가율이 2020년 47.3%(전년 대비)에서 2021년 3.9%, 지난해 -0.8%로 둔화하고 있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2020년 18.7%, 2021년 19.0%, 지난해 18.5% 등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의 경우 (추나요법) 본인부담금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가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도별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현황을 살펴보면 추나요법은 2019년 1020억원에서 지난해 1708억원으로 늘었고, 첩약·약침·물리요법 등 비급여 부문도 3876억원에서 5048억원으로 증가했다.

◆“합리적 관리 방안 필요”

한방병원의 검사료와 입원비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자동차보험 전체로는 검사료 및 영상방사선 치료비가 연평균 3.3% 감소했지만, 한방병원에서는 연평균 32.6% 급증했다. 연구원은 초음파·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을 갖추고 의과를 설치해 협진하는 한방병원이 늘어난 점을 원인으로 짚었다.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7.0%), 종합병원(-12.6%), 병원(-5.1%)의 자동차보험 입원 요양급여 비용은 줄어든 데 비해 한방 병·의원의 입원료는 연평균 34.7% 늘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 한방 병·의원의 입원료 증가는 1인실 상급병실이 원인”이라며 “급여화와 일반병상 보유비율 규정 변경으로 1인실 상급병실이 늘어났고 높은 진료수가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증가세가 불필요한 진료로 인한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1인당 한방진료비 증가세(연평균 7.8%)가 지속된다면 한방진료 환자 수가 2022년(153만명)과 동일하다 해도 2025년에는 2825억원의 추가적인 진료비 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825억원은 지난해 자동차보험료(20조원)의 1.4% 수준이다. 그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방진료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한의계 갈등 고조

한방진료비를 둘러싼 보험업계와 한의계의 갈등은 최근 고조된 상태다. 교통사고 환자의 첩약 처방일수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이다. 손해보험업계는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지난달 24일 성명에서 “교통사고 환자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자동차보험의 취지 등을 고려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의사가 처방하는 1회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더 이상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손해보험협회는 같은 달 27일 성명을 내고 “자동차보험 첩약 진료비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제도개선 약속을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