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尹대통령 '대만 발언' 연일 파상공세(종합)

한종구 2023. 4. 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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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에 항의한 사실 뒤늦게 공개…관영매체도 동원해 총공격
대만 관련 언급에 영향 미치려는 시도…표현 수위 한중관계 변수 될 듯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발언에 대해 연일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외교부 대변인은 물론 외교부 수장까지 막말에 가까운 거친 표현을 동원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관영 매체까지 총동원해 험구를 쏟아내며 쟁점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번 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의 대만 문제 관련 논의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새벽 홈페이지를 통해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지난 20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게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했음을 의미하는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왕원빈 대변인이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했지만, 대상과 발언 내용 등은 밝히지 않다가 뒤늦게 공개한 것이다.

중국은 이날 발표문에서 항의 지시가 있었음을 의미하는 '봉명'(奉命·명령을 따르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봉명은 지난해 8월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주중미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할 때와 지난 2월 미중 풍선 갈등으로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발표할 당시 사용된 단어다.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발표에 따르면 쑨 부부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한 뒤 "이 발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중국 측은 엄중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고 대만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비교했다며 자국의 불만 사항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정 대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한국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며 한 문장만 공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의 공세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환구시보는 23일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났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문제 발언은 92년 중한 수교 이후 한국이 밝힌 최악의 입장 표명"이라며 "대만 문제는 내정으로 세계적인 문제가 아니고, 남북문제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지도자가 방미 전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미국에 충성심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하게 한다"면서 "중국을 모욕하고 도발해 미국의 환심을 사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앞서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20일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외교 결례에 해당하는 언사를 하고, 21일에는 친강 부장이 윤 대통령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막말에 가까운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중 양국의 대만 발언을 둘러싼 공방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다룰지 관심이 쏠린다.

한미는 지난해 5월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해보다 대만 관련 입장이 강경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 전략 최종본에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긴요함을 재확인한다"는 문안이 들어갔다. 대만 문제를 한국 안보와 연결 지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의 대만 관련 문구가 향후 한중 관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의한 무력통일 시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등의 표현이 회담 결과물에 포함될 경우 양국 관계가 빠르게 냉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지난 1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의 행동에 대한 중국의 참을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극도로 나쁜 일을 했을 때만 상응 조치를 취하겠지만 한국은 조금만 그렇게 해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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