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고인 허위진술에 무방비”…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53% ‘무죄’
보이스피싱 무죄판결도 증가세
“일반인 배심원이 유·무죄 판단
평의가 충실히 이뤄질지 의문”
‘지역민 배심원’ 참여 2차피해도
檢 “최후진술 반박할 법 개정을”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선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 워크숍’이 열렸다. 전국의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 등 30명 정도가 모여 보이스피싱·성범죄 국민참여재판 유·무죄 사례를 발표하고, 두 사건 무죄율이 높은 원인과 배심원 선정 전략 등 대책을 논의했다.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의 저자인 성범죄 재판 모니터링 전문가 ‘D’의 강연도 진행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전체 사건의 1심 무죄율은 31.5%인데, 성범죄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무죄율이 52.9%에 달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도 증가 추세라고 한다. 법원행정처가 사기나 보이스피싱 국민참여재판 관련 통계를 집계하지 않아, 수치로 확인되진 않는다.
이어 서 변호사는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은 폐쇄회로(CC)TV 등 물증보다 피해자 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 위주로 진행된다”며 “피고인 측이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 따라 범행 전후의 피해자 태도 등을 문제 삼아 무죄를 주장하면 배심원들이 그에 경도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간 성범죄자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악용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참여재판 신청 건수 811건 중 성범죄는 203건으로, 4건 중 한 건을 차지했다. ‘박사방’ 주범 조주빈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에선 피해자가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되는데, 배심원들이 같은 지역사회 주민들인 점 때문에 출석을 포기하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 변호사는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은 결국 마녀사냥처럼 피해자에 대한 재판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개별 사건의 특성에 맞게 국민참여재판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종 의견에 대해 검사가 반박하는 절차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현행 국민참여재판법은 국민참여재판 진행 시 별도 규정이 없는 경우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어, 국민참여재판에서 일반적으로 검사의 의견 진술 뒤 피고인 최후진술이 진행된다”며 “피고인 측이 허위 사실을 전제로 변론하거나 의견에 불과한 것을 사실인 것처럼 강조하면 검찰 측 반박 의견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변론 종결 뒤 배심원 평의와 판결 선고가 당일에 이뤄져 검사가 즉시 법정에서 반박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 의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 향상이라는 국민참여재판 취지를 고려해,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는 보장하면서도 사법부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과 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