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기술 발판…전기車 분야서 성공 2막 열 것[와이픽]
LCD 광학필름 독자기술 개발
대기업도 못 넘은 3M 독점 깨
작년 매출 5000억 중견기업 성장
M&A 통해 전기차 소재·부품 진출
국내외 인프라 확충 글로벌 시동
광운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삼성SDI에 입사한 뒤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당시 브라운관,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면 이를 받아 시뮬레이션 했다. 실제로 부품을 디스플레이에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역할이었다.
김 회장이 삼성SDI에 이어 일했던 곳은 언론사였다. 그는 중앙일보 경영기획실에 근무하면서 이전까지 아날로그 위주였던 신문사 시스템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다.
김 회장은 "국내 최초로 인터넷 신문을 만드는 한편, 서울과 수도권, 지방에서 동시에 인쇄할 수 있는 조판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언론사 등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창업'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커져 갔다.
그는 "어렸을 적 농촌에서 3㎞ 정도 걸어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훗날 창업을 통해 성공할 것이라는 다짐을 수없이 했다"며 "직장생활을 15년 동안 하며 쌓아온 인맥을 밑천으로 창업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지난 2002년 미래나노텍을 창업할 때 선택한 아이템은 LCD TV용 광학필름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연간 1조5000억원 규모로 형성된 LCD TV용 광학필름 시장은 글로벌 기업 3M이 독점하는 상황이었다.
김 회장은 "LCD TV용 광학필름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모두 반대했다.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3M 독점을 깨기 위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창업 3년 만에 3M 광학필름 기술과는 확연히 다른 제품을 만들어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 결과 미래나노텍은 현재 국내외 유수 업체들에 광학필름을 공급 중이며, 지난해 매출액 4907억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김 회장의 눈은 현재 전기자동차 소재·부품 분야로 향해 있다. 그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뒤 메이저 시장에 진입하면 결국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럴 경우 또다시 '넥스트'를 준비해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며 전기자동차 관련 분야에 뛰어든 이유를 밝혔다.
김 회장은 전기자동차 소재·부품 사업을 위해 자체적인 연구·개발(R&D)과 함께 인수·합병(M&A) 전략을 병행했다. 우선 지난 2015년 상신전자를 인수하며 전기자동차 부품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동안 가전용 전자파차단 부품에 주력해온 상신전자는 최근 전기자동차용 '리액터'를 선보였다. 리액터는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노이즈를 제어해 감전, 오작동 등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어 2022년 미래첨단소재(옛 제앤케이)를 인수하며 전기자동차 소재 분야에도 진출했다. 미래첨단소재는 전기자동차 배터리(2차전지) 양극재에 들어가는 첨가제와 수산화리튬 가공 사업을 운영한다. 미래첨단소재는 늘어나는 수산화리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 본사 인근 5032㎡ 부지에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아울러 캐나다 퀘벡 지역에도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달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김 회장은 "현재 해외 리튬 광산업체 투자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수산화리튬 가공에 이어 정제와 광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나노텍은 수산화리튬뿐만 아니라 △배터리 파우치 필름 △실리콘 음극재 △양극재 건식 전극 공정 및 재료 등을 연구·개발 중이다. 아울러 양극재 전구체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는 등 전기자동차 소재·부품 관련 다양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과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 등을 지낸 김 회장은 "미래나노텍이 벤처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한 성공 사례로 향후 후배 창업자들에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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