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이 만드는 새로운 시장
[헬로, 블록체인]
[뉴노멀-헬로, 블록체인] 김기만 | <코인데스크 코리아> 부편집장
“우리가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코인’이라는 단어랑 연결 짓는 선입견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 작가는 대체불가능토큰(NFT)과 관련한 사람들의 선입견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을 매개로 팬들과 즐겁게 소통하겠다”가 그의 모토다. 최근 유명 미술품 전문회사와 전속계약을 한 이 작가는 이달 말 개인전을 연다. 자신의 작품을 소유하거나 구매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 파티도 열 계획이다.
그의 작품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에서 대체불가능토큰 형태로 거래된다.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프로필 사진으로도 활용한다. 그들은 서로를 ‘팸’이라고 부르면서 친목을 다지고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을 팸들과 공유하고 교류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대체불가능토큰이 만나 새로운 미술소비 행태를 만들어냈다.
사실 대체불가능토큰이란 용어는 선뜻 이해가 쉽지 않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체가능토큰부터 살펴보는 게 빠를 수 있다. 대체가능토큰은 말 그대로 대체가 가능한 토큰이라는 의미다. 1비트코인은 1비트코인이다. 상거래에서 1만원권을 지불할 때 특별히 구분하지 않는 것과 같다.
반면 대체불가능토큰은 그런 대체가 불가능하다. 사과마다 모양과 크기가 각기 다르듯이 토큰마다 구분이 가능하다. 에이(a)1 토큰과 에이2 토큰은 서로 교환되지 않는다. 대체불가능토큰을 활용하면 개별 그림마다 고유한 일련번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대체불가능토큰은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에 기록하게 해준다. 온라인 등기소와 같다. 디지털 이미지 파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지만, 대체불가능토큰 소유자는 한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하면 2차 거래도 활발해질 수 있다. 대체불가능토큰이 발행된 이후 추가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모든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기 때문에 거래마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창작자에게 로열티 수입이 돌아가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지난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대체불가능토큰 시장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거래액은 오히려 늘었다. 데이터 전문 플랫폼 ‘엔에프티고’(NFTGo)에 따르면 2021년 152억달러였던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243억달러로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불가능토큰 시장으로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체불가능토큰을 발행해 특별한 혜택 등을 제공한다. 나이키는 가상 운동화를 대체불가능토큰 형태로 발행해 판매하기도 한다. 나이키가 지난해 가상 운동화로 벌어들인 돈은 1억8500만달러(약 24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대체불가능토큰 시장 진출은 이어지고 있다. 엘지(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대체불가능토큰 신발 ‘몬스터 슈즈’를 선보였다. 5500가지 고유 디자인의 가상 신발을 수집하고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에스케이(SK)플래닛은 ‘오케이(OK)캐쉬백 멤버십 대체불가능토큰’을 다음달 도입할 계획이다.
대체불가능토큰을 게임 산업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AYC)으로 유명한 유가랩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지식재산(IP)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게임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그림이나 캐릭터를 넘어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일반 사용자가 가상자산 지갑을 만들고 실제로 사용하기까지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소유권을 증명하고 활발하게 거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술이다. 대체불가능토큰이 여러 산업과 만나 시너지를 내는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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