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의 홈 횡사···두산 6번이 강했다면, 3루코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스경X리뷰]
1-1로 이어진 끝에 8회말. 투아웃이 쉽게 잡히면서 또 한번 이닝이 득실점 없이 넘어가는 흐름에서 두산 4번 김재환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진 5번 양의지 타석. 양의지는 KT 우완 박영현이 던진 초구 패스트볼을 볼로 흘려보낸 뒤 2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3루 베이스를 타고 넘어가 왼쪽 파울라인 너머 가장 깊은 쪽까지 흘러갔다.
1루에 빠른 주자가 있었다면, 홈까지 노려볼 만한 타구. 그러나 1루주자는 발보다는 방망이를 승부하는 김재환이었다. 더구나 김재환이 2루를 돌아 3루로 다가서는 사이 KT 좌익수 앤서니 알포드를 시작으로 릴레이도 시작됐다.
정상적으로 공이 중계될 시간과 김재환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도착할 시간을 보자면 아웃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러나 정수성 두산 3루코치는 오른팔을 돌렸고, 김재환은 3루를 돌아 홈으로 질주했다.
김재환이 득점하려면 알포드에서 유격수 김상수 그리고 포수 장성우로 볼이 중계되는 가운데 어느 한 대목에서 실수가 일어나야 했다. 송구든 포구든 어떤 동작에서든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KT의 중계는 매끄러웠다. 김재환은 몸을 던져 슬라이딩까지 했지만, 한 박자 일찍 도착한 공을 받아든 장성우의 미트에 태그아웃 당했다.
23일 잠실 KT-두산전의 마지막 승부처였다. 9회 이후로는 불펜투수들의 역투 속에 별다른 기회와 위기 없이 마지막 이닝인 12회까지 경기는 흘러갔다.
8회 1-1이었고, 2사 뒤였다. 홈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5번 양의지 이후 6번 타순의 타자가 강했다면 어땠을까. 두산 3루코치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최근 들어 3번 양석환-4번 김재환-5번 양의지로 연결되는 중심타선을 꾸리고 있다. 중심타선이 꽤 묵직하다. 그런데 해결사 뒤의 해결사로 6번에 설 만한 타자는 아직 마땅치 않다.
이날 경기에서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가 6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이날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가운데 7회 내야땅볼 이후 선행주자가 아웃되는 사이 1루를 밟은 뒤 대주자 조수행과 교체됐다. 로하스의 올시즌 타율은 0.172(58타수 10안타). 아직은 기대와 동떨어진 수준의 성적이다. 김재환이 2루에 멈췄다면, 타석에는 조수행이 들어설 차례였다.
당초 계산대로라면 로하스는 중심타선에 서야 할 타자였다. 이 경우, 현재 3번으로 나오는 양석환이 6번으로 나오는 구성도 가능하다. 중심타선의 깊이와 외연이 달라질 수 있다.
이닝이 다시 바뀌고 9회 선두타자로 나온 조수행은 바뀐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좌중간 안타를 쳤다. 결과론만 보자면 두산으로서는 다시 아쉬울 만한 장면. 그러나 정규시즌 장기레이스를 보자면 6번타자를 바로 세우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 경기였다. 로하스의 오름세를 기다리는 목마름이 커지는 가운데 부상으로 빠져있는 김인태 등의 이름 등도 오버랩되며 떠오를 만했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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