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약 거래장벽… 중학생이 용돈으로 마약 사는 나라

정지혜 2023. 4. 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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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중학생 A양이 같은 반 남학생 2명과 함께 필로폰을 주문하고 실제 구매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에 불과했다.

A양은 텔레그램에서 용돈 40만원으로 필로폰 0.05g을 구입해 친구 2명과 함께 나눠 투약했다.

이들의 오피스텔과 거래 장소에서는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 등 4억9000만원 상당 마약(1만2000명 투약 분량)이 압수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마약 단속이 느슨해지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고, 투약에 따른 위험 비용은 낮아진 점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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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통해 3만원이면 구입
주문서 실구매까지 40분 걸려
2022년 마약사범 중 10대 2.4%
2018년 1.3% 비해 3배 육박

14세 중학생 A양이 같은 반 남학생 2명과 함께 필로폰을 주문하고 실제 구매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에 불과했다. A양은 텔레그램에서 용돈 40만원으로 필로폰 0.05g을 구입해 친구 2명과 함께 나눠 투약했다. 비트코인으로 구매대금을 지불했고,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받았다. 던지기 수법은 판매자가 사전에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놓아두면 구매자가 돈을 입금한 뒤 그 장소에 가서 마약을 가져오는 방식을 말한다.

이들은 총 10회 투약 분량인 필로폰 0.05g를 나눠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1회 투약 가격을 계산하면 치킨 한 마리 값(2만4000원가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달 A양 어머니 신고로 이들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양은 조사에서 “용돈을 받아 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값싼 마약이 국내에 대량으로 들어오고, 유통과 거래 경로가 단순해지면서 10대 청소년이 마약 범죄에 부문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지난달 인천에서는 남자 고등학생 3명이 성인 남성을 전달책으로 고용해 수년 동안 마약을 판매해왔던 충격적인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10대는 294명(2.4%)으로 집계됐다. 2018년 검거된 마약사범 8107명 중 10대가 104명(1.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1.5배로 늘어난 데 비하면 증가폭이 컸다. 인터넷에서 각종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구입 경로가 쉽게 파악되고,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에서도 쉽게 마약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조성남 법무부 국립법무병원장은 “예전에는 마약을 구하려면 사람을 직접 만나야 했지만 이제 인터넷과 SNS로 싼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최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이 공부방을 위장한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거래하다가 적발됐다. 부모에게 공부방 마련을 부탁해 오피스텔을 계약한 뒤, 마약 유통 사무실로 활용했다. 텔레그램으로 마약 거래를 시작했다가 거래량이 늘자 사무실까지 얻어 마약 유통에 본격 뛰어들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이들의 오피스텔과 거래 장소에서는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 등 4억9000만원 상당 마약(1만2000명 투약 분량)이 압수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마약 단속이 느슨해지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고, 투약에 따른 위험 비용은 낮아진 점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확인된 사례를 보면 10∼15차례 투여할 수 있는 필로폰 0.05g 가격은 40만원, 대마 2g은 35만원 선이었다. 텔레그램 등 거래를 통해 비대면으로 1만∼3만원이면 불과 몇 분 만에 1회 투약분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마약 가격이 ‘피자 한 판 값’이라는데, 펜타닐은 1만원대”라며 “지난 정부가 마약 수사를 주도해 온 검찰 손발을 자르면서 ‘걸리면 인생 망친다’는 위험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미국의 부모들은 모임·파티에 갈 때 자녀들이 자신의 컵을 들고 다니라는 등의 교육을 한다”며 “우리도 마약을 남의 일처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처럼 당연하게 약물 중독의 심각성을 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지혜·박유빈 기자, 창원·인천=오성택·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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