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굿즈' 오프라인서도 판매···"IP 수익 대부분 美 귀속될판"

허진 기자 2023. 4. 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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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성장세 꺾이자···넷플릭스 韓 IP사업 추진
엔데믹發 1년새 구독자수 30%↓···수익원 다변화 안간힘
제작비 지원 대가로 얻은 IP 활용해 부가상품 제작·판매
계약구조 탓 제작사 이익 제한적···불공정 논란 불거질수도
[서울경제]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지식재산권(IP) 사업에 직접 발을 담그는 배경에는 엔데믹 이후 이용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관련 IP 제품이 출시되고 오프라인 매장까지 생기게 되면 내국인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 부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투자하는 대가로 획득한 IP를 활용해 매출을 올리더라도 콘텐츠를 제작한 국내 제작사에 돌아오는 추가 수익은 제한적이어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은 엔데믹으로 성장세가 꺾인 후 반전 카드를 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감소세를 막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더 글로리’와 ‘수리남’ 등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독자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터 제출받은 ‘주요 부가통신사업자별 일평균 이용자 수와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국내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117만 명으로 169만 명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했다. 넷플릭스가 야박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족·친구 간 계정 공유를 유료로 전환하려는 것이나 초기 정책을 뒤엎고 광고 요금제를 강행하려는 것도 성장성 약화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IP 사업이 넷플릭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디즈니와 유니버셜·파라마운트와 같이 영화·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 업체들이 IP 커머스 산업을 이끌어왔지만 수년 전부터 기존 미디어에서 플랫폼으로 시청 행태가 옮겨가며 OTT 사업자들에도 기회의 문이 넓어지는 형국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도 구독자 기반 사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IP를 획득하는 형태의 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확보한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사업을 펼친다면 기존 구독자들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뒷걸음질 쳤지만 글로벌 IP 라이선싱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나타낼 만큼 유망한 분야다. 시장조사 업체인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라이선싱 시장 규모는 2021년 2759억 3600만 달러에서 2028년 3845억 800만 달러에 이르러 연평균 4.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IP 산업에 구매자들의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캐릭터산업백서’에 따르면 2021년 디지털·실물 캐릭터 상품을 구매해 본 비중이 응답자의 각각 82.5%, 86.0%에 달했다.

전 세계 흥행 콘텐츠 중 K콘텐츠의 활약도가 상당히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넷플릭스 IP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생기면 내국인들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초 분당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디즈니 스토어’와 유사한 형태의 매장이 문을 열 가능성이 높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뒤 홍대·명동 등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에는 작품 콘텐츠를 활용한 굿즈들이 인기를 끌었고 해당 작품에 나오는 달고나 판매 노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등 IP 활용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넷플릭스의 IP 사업이 확대되면 국내 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견 긍정적이지만 자칫 ‘재주는 제작사가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버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콘텐츠의 저작권을 확보하는 식으로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는 실패해도 큰 손해를 입지 않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부가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실제 ‘오징어게임’은 지난해 10월 기준 전 세계에서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지만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한 탓에 제작사의 이익은 제한됐다. 국내에서 흥행 작품이 나와도 IP 수익은 대부분 미국으로 귀속되는 셈이다. 넷플릭스 측은 “IP 소유 관계는 개별 계약마다 다르다”며 계약 관행이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일절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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