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 그친 국내 상륙 해외로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된 지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외국계 로펌들의 영향은 여전히 '미풍'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국내 법률시장의 문을 열 당시만 해도 '국내 법무법인(로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거나 '법률 서비스 경쟁력 향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6곳 진출했으나 6곳이나 짐 싸
외국법자문사도 절반 줄어 15명
조인트벤처 로펌은 지분 등 규제
추가 설립 여부에도 물음표 달려
韓법조시장 이미 토종 로펌이 과점
외국계는 수익 등 매력 크지 않아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된 지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외국계 로펌들의 영향은 여전히 ‘미풍’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국내 법률시장의 문을 열 당시만 해도 ‘국내 법무법인(로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거나 ‘법률 서비스 경쟁력 향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6곳 가운데 한 곳이 철수했다. 게다가 한해 30명에 육박하던 외국법자문사의 국내 진출도 현재는 10여명까지 줄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법조시장이 대형 로펌들이 지배하는 과점구조인데다, 해외 대형 로펌들이 진출해도 큰 실익을 얻지 못해 앞으로도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격 승인을 받은 외국법자문사는 15명에 그쳤다.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법자문사 수는 2012년과 2013년만 해도 각각 34명, 30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10~20명대로 줄었다. 2021년에는 단 8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국내로 진출하는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총 36곳이 국내에 둥지를 틀었으나 지난 2018년 11월 심슨 대처 앤 바틀렛을 시작으로 12년 사이 6곳이 줄줄이 짐을 쌌다. 지난 해 12월 법무법인 화현과 영국 로펌 애셔스트가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하면서 국내외 로펌 사이 ‘합작 법무법인’이 탄생했으나 추세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인트 벤처’로 불리는 합작법무법인은 국내 변호사와 외국법자문사를 활용, 양국의 법률 사무를 대리할 수 있는 로펌을 뜻한다. 하지만 조인트벤처가 허용되더라도 외국계 로펌의 지분은 최대 49%로 절반을 넘길 수 없다. 게다가 자문 외에 송무나 대정부기관 업무, 공증, 등기·등록 업무, 가족법 관련 업무, 노무 및 지식재산권 업무를 다룰 수 없는 등 국내가 요구하는 규제가 높은 수준으로 설정돼 있다. 지분율이나 업무 등까지 제한돼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아 재차 시도가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2년째를 맞고 있는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는 요인으로 우리나라 법조시장 생태계가 지닌 특징을 꼽는다. 국내 법률시장은 이미 6대 대형 로펌 비중이 큰 과점시장으로 꼽힌다. 게다가 각 분야별 전문성도 지난 10년간 크게 높여 외국계 로펌이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수익 등 실익을 얻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국세청이 집계하는 ‘법무법인 및 개인 변호사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신고액’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7조7051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내 6대 로펌의 매출은 지난해 약 2조8500억원으로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국내 법률시장의 특징은 대형·전문화와 과점 이라는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며 “외국계 대형 로펌에 있어 큰 수익을 기대할 정도의 매력적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직원 4~5명 연락사무소나 마케팅용 현지 사무소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외국기업과 분쟁 같은 민사소송 등에 대한 수요가 많아야 글로벌 로펌이 국내에 진출하는 공급도 늘겠지만 국내 시장은 그렇지 않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기업 등과 분쟁이 생기더라도 현지 대형 로펌에 의뢰하고, 국내 로펌을 함께 협업하는 구조라, 실제 수요가 증가하기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법적 사안에 따라 국내외 로펌을 동시에 선임하고 있어 외국계 대형 로펌이 진출해 투자를 이어갈 만한 법률시장이 조성되지 못해 앞으로 시간이 흘러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비스’ 떠오르는 챗GPT의 진화…개발자들 놀래킨 '오토GPT' 등장
- 요즘 핫플 가면 '이 가게' 꼭 있다…식료품점의 힙한 진화 [지구용]
- 태극기·성조기 함께 내걸린 워싱턴…尹 국빈방미 준비 마무리
- 아스트로 문빈 발인식…가족·아스트로 동료들만 참석
- '또래보다 늙은 60대, 사망률 4.4배나 높아' [헬시타임]
- 강래구 구속 실패…첫 스텝부터 꼬인 민주당 ‘돈봉투’ 수사[서초동야단법석]
- “마네킹인 줄 알았다”…아들 시신 흉기로 훼손한 아버지
- 돌아온 '정치의 계절'.. 두들겨 맞는 네카오[양철민의 아알못]
- '남녀 다를 필요 있나요?'…日 학교 '젠더리스 수영복' 도입 검토
- 반려견 '패대기' 친 제주 식당주인…경찰 조사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