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는 중국 침략 막는 ‘호국신산’? 전문가들 “과장된 표현”

최현준 2023. 4. 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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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대만 타이베이·가오슝 출장길에 만난 대만의 경제나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티에스엠시의 안보·외교적인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호국신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했다.

이들은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티에스엠시와 상관없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웨 대만 단장대 교수도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은 티에스엠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정학적인 이유나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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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있는 티에스엠시(TSMC) 설립자 장중머우 건물. 신주/최현준 특파원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티에스엠시(TSMC)는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지켜주는 ‘실리콘 방패’이자, 호국신산일까?

지난달 말 대만 타이베이·가오슝 출장길에 만난 대만의 경제나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티에스엠시의 안보·외교적인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호국신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했다. 이들은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티에스엠시와 상관없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호국신산은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으로, 대만 안팎의 언론들이 이 회사의 안보·외교적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쓰는 말이다.

대만에서 티에스엠시의 존재감은 한국의 삼성전자보다 큰 것처럼 보였다. 가오슝에서 만난 한 시민은 “티에스엠시가 곧 대만”이라고 했고, 또다른 시민은 “티에스엠시가 자꾸 외국에 공장을 지어 안보가 불안하다”고 했다. 티에스엠시는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이 92%에 이른다. 그 때문에 이 회사는 단순 전자기업이 아닌 대만의 안보·외교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기업이 됐다. 나아가 티에스엠시가 반도체 기술을 발전시키는 만큼 디지털 세계가 나아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미국·일본·독일·인도 등은 티에스엠시 공장 유치를 위해 대만에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일각에선 “대만을 침략해 티에스엠시를 빼앗아 와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생산은 물론 확보도 하지 못하는 중국 입장에서 더없이 필요한 회사라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과 서방에선 이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만을 적극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티에스엠시의 이중적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티에스엠시 때문에 중국의 침공 위협이 높아지고, 동시에 미국의 보호막이 더 강화되는 것이다. 일부에선 ‘필부무죄, 회벽기죄’라는 성어로 티에스엠시의 양면성을 설명한다. 이 성어는 ‘평범한 사람이 좋은 것을 가지면 도리어 화가 생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만 전문가들은 ‘호국신산’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했다. 장훙위안 즈리과기대학 교수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거나 영향을 미치려 할 때, 티에스엠시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우웨 대만 단장대 교수도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은 티에스엠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정학적인 이유나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의 복잡성이나 전쟁으로 인한 파괴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도 티에스엠시를 얻진 못할 것이다. 왕신셴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티에스엠시의 장점은 여러 사람들의 집적된 노하우”라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도 티에스엠시의 핵심 노하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타이베이·가오슝/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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