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네일부터 환자식까지…눈길 끈 극초기 스타트업 [긱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데모데이는 매번 인산 인해를 이룹니다. 올해도 각양각색의 유망 스타트업 10개사를 만나러 2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현장을 찾아 직접 본 유망 스타트업들을 소개합니다.
"여러분들의 여자친구나 아내가 '네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아시나요?"
"언제까지 아프다고 맛없는 환자식만 먹어야 할까요? 환자에게 식사란 두렵고 맛없는 '괴로움'이었죠."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스타트업 축제'가 열렸다. 이날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연 '데모데이 20'엔 2000여 명 넘는 방문객이 객석을 메웠다. 상반기 스파크랩의 배치(Batch)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 10곳이 피칭에 나섰다.
스파크랩은 2012년 설립 이후 발란, 미미박스, H2O호스피탈리티, 엔씽, 스파크플러스 등 300여 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모두 더하면 6조7000억원에 달한다. 1년에 두 차례씩 배치 프로그램에 참가할 스타트업을 뽑는데, 각 프로그램마다 10개 회사를 선정한다. 프로그램은 18주간 진행된다. 긴 여정의 마지막은 그간의 성과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자리인 데모데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20기 배치 프로그램 참가 회사 7곳 외에도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3곳 회사가 무대에 올랐다.
눈길 끈 물류... 소상공인 타깃 서비스도 '두각'
데모데이의 포문을 연 회사는 의약품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를 내세운 에스랩아시아였다. 이 회사는 매년 버려지는 의약품이 많아 수십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회사에 따르면 110조원에 달하는 바이오의약품 물류시장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콜드체인 운송 실패로 인한 손실 비용이 85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아 에스랩아시아 대표는 "의약품을 운반할 때 온도 데이터와 물류 데이터가 각각 다른 업체에 의해 관리되는 경우가 많아 담당자들은 파편화된 화면에서 모니터링을 해야 했다"며 "소통도 전화나 이메일로 이뤄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 문제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바운드X'로 해결하기로 했다. 물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사가 온도 범위와 운송 수단, 패키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통합 모니터링과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 대표는 "2027년 매출 1000억원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슷하게 물류 분야에서는 온라인 판매자들을 위한 반품 관리 플랫폼을 선보인 리맥스가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온라인 판매자들이 겪는 고충에 주목했다. 소비자들로부터 반품된 상품을 재판매하기 위해서는 검수, 재포장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리맥스를 만든 케이존의 김성수 대표는 "특히 해외 판매 제품은 비용 문제로 반품이 발생하면 폐기하는 경우도 많다"며 "1000조원이 넘는 글로벌 e커머스 시장에서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라고 했다.
회사가 내놓은 솔루션은 반품 관리 자동화 프로그램이다. 현지 파트너 창고를 허브로 활용한다. 판매자들이 리맥스 프로그램을 쇼핑몰과 연동하면 설정해놓은 메뉴얼대로 검수, 테스트, 재포장 등을 거쳐 재판매가 가능한 상품으로 분류해준다. 김 대표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한 고객사는 14배의 수익을 창출했다"며 "2027년까지 120개 허브와 함께 1억달러의 연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들이 돋보였다. 바닐라브레인은 흩어져 있는 쇼핑몰의 매출과 정산 데이터를 한 데 모아 통합 집계하는 솔루션 '장사왕'을 선보였다. 윤도선 바닐라브레인 대표는 이를 통해 2027년까지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생성 AI 스타트업 카피클은 소상공인들이 광고 문구 등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AI 카피라이팅 서비스를 개발했다.
젤네일부터 환자 전용 식사까지
패션·뷰티 분야엔 '젤네일' 스타트업이 눈에 띄었다. 유유유유유는 글로벌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한 셀프 젤네일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 셀프 네일은 가장자리가 잘 붙지 않고 머리를 넘기거나 하면 머리카락이 끼는 경우가 많고, 3~5일 안에 떨어져버린다는 게 문제였다. 김민서 유유유유유 대표는 "게다가 기존 실크스크린, 옵셋처럼 금형을 이용한 생산방식은 디자인당 수천, 수만 개 이상 팔려야 원가를 맞출 수 있어서 최소발주수량(MOQ)이 매우 높았다"며 "그러다 보니 매번 비슷한 디자인으로 출시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을 통해 해결법을 찾았다. 1시간 안에 네일 도안을 만들어주는 AI 이미지 트레이싱 기술과 함께 특허받은 신소재를 활용, 손톱에 잘 밀착되게 했다. 2주 이상 유지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브래드 피트의 타투이스트 '도이' 등과 협업한 디자인도 자랑거리다. 김 대표는 "올해 미국 코스트코와의 계약 등으로 16억원의 매출을 예상 중"이라며 "2027년엔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겠다"고 설명했다.
4050 세대 여성을 공략한 패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퀸라이브는 X세대 여성들이 가진 구매력과 감성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판매자의 매출·정산 관리나 소비자의 주문관리 기능을 하나의 앱에 모았다. 출시 2년 만에 50만 회원을 확보했다. 이 회사의 윤정탁 대표는 "올해 거래액은 1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2027년까지 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를테면 잇마플은 환자 맞춤형 식사 구독 서비스 '맛있저염'을 소개했다. 환자들이 몸 상태와 영양 문제 탓에 병원밥처럼 '맛없는'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환자 상태에 맞춘 600여 개의 맞춤형 메뉴를 밀키트, 냉동도시락, 레토르트 등의 형태로 만들었다. 또 임상 영양사와 1대1로 연결해주는 '영야코칭'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 끼에 최소 6000원대부터 만날 수 있다.
김현지 잇마플 대표는 "요양원이나 실버타운 같은 곳으로 B2B 사업을 확장해 2026년 40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며 "현재까지 재구매율은 7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룩인사이트는 약국 도매 플랫폼 '약올려'가 주력 서비스다. 약국이 전문의약품의 재고 처리를 하지 못해 연간 버려지는 비용이 5조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는 이런 문제점을 약품 도매상과 약국을 직접 연결해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 도매 측에서 약올려 플랫폼에 의약품을 등록하면 약국이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가진웅 룩인사이트 대는 "오는 8월이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2026년까지 거래액 5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이날 무대엔 CD 형태가 아닌 온·오프라인 통합형 음악 포맷 '키트앨범'을 내놓은 뮤즈라이브, 휴대전화로 구현할 수 있는 AI 모션 캡처 기술을 선보인 플루언트 등이 각각 기술력을 뽐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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