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배우자 모임? '여성내조' 요구하는 퇴행적 정치”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 배우자 모임 '동행의힘' 워크숍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여성계는 "퇴행적 배우자 워크숍 개최"라며 이를 비판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정치인의 배우자 모임을 여는 것도 시대착오적이지만, 그 모임에 (여성정치인의) 남성 배우자가 없다는 사실은 정치는 남성이 하는 것, 남성 정치인의 여성 배우자는 남성 정치인을 내조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전원 남성 정치인의 여성 배우자로 구성된 해당 모임이 성적인 고정관념에 기반해 여성을 '내조'하는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의힘엔 21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의 남성 배우자는 동행의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해당 워크숍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를) 전투로 따지면 (부인들은) 최고의 정예 장수", "워크숍을 통해서 (배우자들이) 해야 할 일을 분담하도록 했다"는 등의 발언을 남긴 것에 대해 "이미 9명의 보좌 인력을 지원받고 있고, 정당의 당직자를 비롯한 지원 조직을 갖고 있음에도 왜 그렇게 여성 배우자의 내조를 필요로 하는가" 꼬집었다.
단체는 또한 해당 모임처럼 내조를 여성의 역할로 표현하는 일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흔하게 요구받는 여성들에게 실제적인 해악을 끼친다고도 지적했다. "남성 정치인의 여성 배우자에게 내조 역할을 강요하는 여당 남성 정치인들의 행태는 이 정당이 권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시민은 온전한 시민권을 얻기 힘들다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해준다"는 게 단체의 지적이다.
2021년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보다 2.5배, 여성의 돌봄 시간은 남성보다 2.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성명에서 단체는 "맞벌이 가정이라도 여성의 돌봄시간은 남성보다 2배 많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이중노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중노동의 부담이 심화되었다"라며 "남성 정치인의 선거를 위해 여성 배우자가 선거에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과 관행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궁극적으론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60조는 '예비후보자·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선거운동 및 후보자 명함배포를 할 수 있는 예외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조항이 "남성 정치인의 여성 배우자는 남성 배우자의 선거를 도와야 한다는 성차별 고정관념"과 합쳐져 선거운동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는 "결혼하고 자녀를 둔 여성 정치인 또한 가족을 동원할 수 있지만 여성 정치인의 남성 배우자가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남성 배우자가 비난을 받지는 않는다"라며 "더욱이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 정치인, 특히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사는 청년 정치인은 여성과 남성 할 것 없이 가족의 지원을 받기 어렵고, 이로 인해 명함 배포라는 기본적인 활동에서부터 불이익을 경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50대 이상 중장년 남성 정치인이 전체 의원의 약 70%를 차지하는 현상은 남성 가부장을 기준으로 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설계된 정치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남성 정치인이) 여성 배우자의 내조를 받을 수 있고, 내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제하는 인식과 제도의 철폐 없이는 여성 정치인, 비혼 여성, 청년 여성, 성소수자 등 '정상가족'에 속하지 않는 정치인들은 남성 가부장 정치인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동행의힘' 워크숍은 지난 2015년 국민의힘이 전신 새누리당(대표 김무성)이던 시절 열렸던 부인 워크숍 이후 8년만에 개최된 배우자 모임 워크숍이다. 해당 모임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선 직후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모임에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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