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으로 치러진 '삼성고시'… 반도체 용어도 출제
응시자 수만여명 추산
"예년과 비슷" 평가 나와
올해 5대그룹중 공채 유일
2026년까지 8만명 채용키로
이른바 '삼성고시'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가 22~23일 이틀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시험에서는 삼성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반도체 관련 질문이 여럿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국내 주요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신입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지원자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23일 삼성에 따르면 GSAT 시험은 전날과 이날 이틀간 오전·오후 4개 조로 나뉘어 시행됐다. 시험 시간은 사전점검 60분, 시험 60분 등 총 2시간이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상반기부터 GSAT 시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왔다. 지원자는 집에서 PC로 시험을 치르면 된다. 감독관은 원격으로 지원자를 감독한다.
GSAT는 면접전형에 올라가기 전 지원자들이 필수로 통과해야 하는 필기시험이다. 매년 대학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에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 계열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만큼 GSAT를 보는 응시자 수도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응시자들은 GSAT에 대비하려고 문제집을 사거나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을 받기도 할 정도다.
이번 GSAT는 수리 20문항과 추리 30문항 등 총 50문항으로 구성됐다. 특히 올해 시험에는 반도체 노광 공정(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그려 넣는 과정)에 쓰이는 포토마스크와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는 반도체 설계 방식인 VTFET, 3D 공정 기술인 핀펫(FinFet) 등 반도체 사업 관련 문제도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과 챗봇 관련 문제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자 사이에서는 올해 난이도에 대해 "평이하다" "예년과 비슷하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이번 신입사원 채용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 19곳이 참여했다. 지난달 서류전형과 직무적합성평가에 이어 22~23일 GSAT가 치러졌다. 경쟁을 통과한 응시자들에게 남은 관문은 다음달 면접전형과 6월 채용 건강검진 등이 있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공채제도를 이어가는 이유를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고, 국내 채용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채용 방식인 수시 채용의 경우 직무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 문턱이 높다는 평가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를 겪던 작년 5월에 2026년까지 5년간 8만명을 새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채용 인력과 비교하면 20%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후 '인재 영입'은 삼성에서 더욱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최근 이어지는 반도체 불황을 극복하고,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인재에서 나온다고 판단해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사장단 간담회에서 "창업 이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입 공채에 앞서 2월에는 대규모 경력직원 채용도 진행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가전·모바일·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그 대상이다.
해외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은 물론 인텔, 엔비디아, GE, 에릭슨 등 해외 기업에서 인재를 잇달아 데려오고 있다. 삼성리서치는 최근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 출신인 권정현 상무를 영입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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