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라운지] "나도 모르게 집주인 바뀌고 … 세무서 압류 들어와"
선순위 유무, 저리 대출 등
'맞춤형 지원' 호소 잇따라
◆ 전세사기 후폭풍 ◆
"저희 빌라 전체 단지가 전세사기를 당했어요. 그런데 피해 유형이 집집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 서울 성북구 한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는 정미경 씨(가명·50)는 사기 피해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 집주인이 바뀌었다"며 "새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계속 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근저당이 없고 1순위 대항력이 있으니까 살면서 방도를 찾아보려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달 초 세무서에서 압류가 들어오며 불안감이 커졌다.
정씨는 "정부가 분명 집주인 체납세금보다 세입자 전세금을 우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세무서는 압류를 걸고 있다"며 "상담을 받아보니 법안이 통과돼야 해서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새 집주인은 저희 골목에 있는 빌라만 최소 50채 넘게 갖고 있다"며 "이미 피해 입고 나가서 소송하는 집, 근저당 잡힌 집 등 피해 상황이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가 터지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정부 대책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 유형이 다양한 만큼 내실 있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은평구 소재 빌라에 전세로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씨(30)는 '연소득 7000만원' 제한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저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집주인이 파산해 전세보증금 2억2000만원을 잃게 생겼다"며 "남편과 소득을 합치면 7000만원이 조금 넘을 뿐인데 혜택을 받지 못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경우 집주인이 다주택자였던 것도 아니라 '전세사기 주택'에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는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 고소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상담 내용을 들었다. 그저 답답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씨와 같은 깡통전세 피해자들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집값이 전셋값보다 떨어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의 순수 전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1471건 중 804건(55%)이 종전 거래보다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였다.
이미 전세사기 피해를 입어 신용불량자가 된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법률사무소 서인의 신동운 변호사는 "제가 맡고 있는 의뢰인 중에는 이미 2년 전 전세사기 피해를 입어 1억원이 넘는 빚을 진 20대 청년도 있다"며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는데 정부에서 이런 분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 중 신용불량자가 된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같은 피해를 입었는데 이슈가 커진 이후 사람들만 지원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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