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O라운지] "자사주 소각은 시작 … 주주가치 향상 고민"
시가총액 10% 공개 매수해
SK온 주식으로 나눠주고
취득 주식은 소각 '파격' 결정
"늘어난 대출금 감당 가능해
회사채 수요 예측 1.7조 몰려"
시장선 영업익 조기회복 전망
"2차전지 사업을 물적분할한 후 SK이노베이션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습니다. 향후 10%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선언한 것도 이런 고민의 산물입니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CFO·사진)이 지난 20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주주들 우려를 빠르게 떨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2차전지), SKIET(2차전지 소재), SK에너지(석유 판매), SK엔무브(윤활유)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SK그룹의 에너지 중간지주사다. 과거엔 정유사업만으로도 그룹 캐시카우로 통했다. 하지만 이젠 석유사업을 친환경으로 전환하면서 2차전지를 본궤도에 올려놔야 하는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김 부문장은 수년간 진행될 전환 과정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배분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비중을 두는 것은 이 과정에서 주주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일이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최근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이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지난달 3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후 '주주와의 대화'에서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 10% 수준의 주식을 공개 매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 대가로 주주들에게 SK온 주식을 교부하며 취득한 자기주식은 소각할 계획이다. 그는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할 때 주주에게 모회사와 자회사 주식을 교환할 기회를 주는 것은 정부의 주주 보호 방안 예시에 포함됐지만 취득 주식 소각은 우리만의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파격적'으로 받아들인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이다. 김 부문장은 "SK온을 분할할 때부터 적절한 주주환원 정책을 고민해왔다"며 "상장할 때도 일회성으로 주식을 교환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자사주 소각으로까지 이어져야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지속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SK온의 수익성 증대와 자금조달 상황도 시장의 과도한 우려라고 설명했다. 김 부문장은 "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 지난해 대비 올해 수익성과 관련된 성과가 조금씩 나고 있다"면서 "올해는 상각전영업이익 기준, 내년에는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달성할 것이며 올해 실적은 상저하고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최근까지 언급되는 SK이노베이션의 예상 실적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에 따른 증익을 포함하지 않은 실적이다. AMPC는 2차전지 등 친환경 기업이 부품과 주요 광물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세액공제를 주는 혜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를 통해 최대 8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올해 4200억~58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기업과 AMPC 이익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데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부문장은 "완성차 업체도 이익을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 걸로 안다"며 "배터리 기업이 완성차 기업과 어느 정도 협상과 대화할 수 있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익의 상당 부분을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 자금도 확보됐고 차입금 증가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지난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등 투자자로부터 총 1조2000억원 수준의 외부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최근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최대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문장은 "상장 전까지 추가 지분 투자는 지금으로선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단기 차입금은 7조5585억원으로 2021년(8640억원) 대비 급증했다. SK온 관련 투자금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성장을 위해 차입금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중요한 건 늘어나는 차입금을 감내할 수 있는지, 수익성이 그만큼 늘어나는지"라고 말했다. 연결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은 수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차입금을 늘려 왔다는 설명이다. 자금조달 환경 역시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보다 크게 개선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30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1조7000억원가량이 몰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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