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마리우폴은 돌아가고 싶지만, 러 마리우폴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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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은 가고 싶습니다. 러시아 마리우폴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곳에 모인 우크라이나 고려인 여성들은 소련 시절에 이뤄진 고려인 강제이주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피난이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김숙임 사단법인 조각보 이사장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이산)이자 이제는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인 이들에게 새로운 고향과 친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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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 25개 거친 뒤에야 출국 가능”
연해주서 강제이주당한 조부모 이어
징집 대상인 아들과 디아스포라까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은 가고 싶습니다. 러시아 마리우폴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14일 인천 연수구 ‘교육문화공간 마을’에 온 얄라나는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날 마을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여성 4명이 모였다. 사단법인 조각보가 이날 주최한 ‘이주와 전쟁 속에 다시 만난 코리아 여성들의 삶 이야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곳에 모인 우크라이나 고려인 여성들은 소련 시절에 이뤄진 고려인 강제이주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피난이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2021년 비자 갱신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다시 찾았다가 전쟁을 경험했던 율리아나는 “할아버지가 하바롭스크에서 살다가 타지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인 동포는 모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제강점기 시대 식민지가 된 조국을 떠났다가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강제 이주당한 뒤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두고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에 의해 일어난 돈바스 전쟁 중 한국에 온 알라나의 할머니도 블라디보스톡에서 태어났지만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이들은 1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율리아나는 지난 10일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다만 율리아나의 32살 된 아들은 징집 대상이라 한국에 오지 못했다. 율리아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들에게 전화한다”며 “아들은 2014년 전쟁 때 한국에 있어서 징집 안 됐기 때문에 가장 뒷순위로 징집이 이뤄진다. 아들 차례가 오기 전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쟁 뒤 자신이 사는 집을 잃은 에카테리나(가명)는 “상점을 운영하며 열심히 돈을 모아 2021년 말 집과 차를 마련했는데 전쟁이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마리우폴을 차지하려는 러시아의 공습은 도시를 무참히 파괴했고, 인도주의적 대피통로도 이용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25개 검문소를 통과한 뒤에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러시아로, 다시 한국으로 왔지만 이곳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한다. 알라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비용이 크다. 한국인에게 지원되는 영유아 보육료가 고려인에게는 지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숙임 사단법인 조각보 이사장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이산)이자 이제는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인 이들에게 새로운 고향과 친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조각보는 오는 7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코리안여성들의 삶 이야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각보는 150년이 넘는 고려인의 이주 역사, 중앙아시아에 강제 이주당한 뒤 80년이 지난 역사를 고려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기록할 계획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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