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공연 티케팅도 아니고"… 2천억 정책자금 13분만에 동나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고재만 기자(ko.jaeman@mk.co.kr) 2023. 4.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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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소상공인 자금난 ◆

경기 수원에 위치한 중소기업 A사는 올해 정부가 정책자금 80조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에 나섰지만 자금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 정책자금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선착순 마감이라 신청 자체가 쉽지 않았다. A사 대표는 "정부는 정책자금을 확대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감하기 어렵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80조원이나 지원해도 중소기업이 729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개 기업에 돌아가는 돈은 1100만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연이은 정책금융 확대 발표와 관련해 70.1%가 '잘 모르겠다' 또는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책금융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계에 비해 규모가 더 영세한 소상공인은 정책자금이 크게 부족해 애로를 겪고 있다. 실제로 저신용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소상공인·전통시장 전용 자금'의 올해 예산 8000억원은 3개월 만에 모두 소진됐다. 이는 민간 금융기관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연 2% 고정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5년간 빌려주는 자금이다. 지난달 20일 오전 9시에 시작한 소상공인·전통시장 자금 3차 신청은 14분 만에 준비된 2000억원이 소진되며 조기에 마감됐다. 지난 2월 있었던 2차 신청(2000억원) 역시 시작 13분 만에 종료됐다. 지난 1월 진행했던 1회 차 4000억원까지 더하면 올해 예산 8000억원이 3개월 만에 모두 동난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저신용자, 소상공인, 청년 등 취약계층의 금융 사회안전망을 확보해 빚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대내외 변수에 훨씬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물류 대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뜩이나 체력이 부실해진 상황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이 사실상 '치명타'가 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순식간에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채권은행의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부실 징후 기업'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수는 2020년 153개에서 2021년 157개로 4개 늘었지만, 작년엔 183개로 전년보다 26개나 늘었다. 이들은 신용등급 C·D등급이고, 최근 3년 연속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한계기업이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전자부품 제조업체 B사는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원하는 단기 유동성 정책자금을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회수를 못하고 있던 매출채권 1억원을 정부 정책자금 덕분에 우선 회수할 수 있었다"며 "단발성이긴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업 매출채권팩토링 지원 사업의 올해 예산은 375억원에 불과해 수혜 대상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 회사 경쟁사인 전자부품 제조업체 C사는 거래업체 도산에 따라 받지 못하게 된 매출채권 회수를 위해 정부에 정책자금을 신청했지만 탈락했고, 현재 파산 신청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도가 떨어지는 영세 중소기업이 기존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저축은행은 금리가 두 자릿수에 달해 이자 부담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중소기업 연체율 또한 증가 추세인데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실제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단기성 비용인 임차료 지급과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위한 신규 자금 수요가 예년보다 훨씬 많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처럼 정부가 원금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연호 기자 /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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