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빌라 사라고요?"…전세사기 피해 세입자는 웁니다

정두리 2023. 4. 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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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지원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대출 이자를 감면해주는 수준에 그쳐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시중은행이 합심해 선보이는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사기 피해자 대환대출은 피해자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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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출이자 쏟아내지만…실질적 도움 ‘의문’
“당장 떼인 돈 구제 시급한데 추가 대출받으라니”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지원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대출 이자를 감면해주는 수준에 그쳐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우선 매수권을 준다고 하지만, 전세대출에 추가로 경락자금까지 빌려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이번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보면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 금융권이 진행하는 대환대출, 장기 저리 대출 등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 20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이 연이어 전세사기 피해자 자체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들 은행의 지원책은 전세 사기 주택의 경·공매 유예와 함께 피해자들에게 신규 대출 금리를 감면해 주는 게 골자다.

우리·신한·국민은행이 피해자들에게 전세자금대출, 주택구입자금대출 및 경락자금대출의 금리를 1년간 2%포인트 감면해주기로 한데 이어 하나은행은 해당 대출의 이자를 1년간 전액 면제키로 했다. 농협은행도 조만간 관련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5대 은행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 발 벗고 나섰지만 은행 내부적으로 또 다른 대출을 내어주는 대책은 실질적 지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이자 부담은 줄어들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돈을 떼인 피해를 회복할 수준의 지원책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전세 사기 피해 가구에 각각 53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내부 추산을 바탕으로 한 지원액 최대치다. 실제 피해자들이 얼마나 혜택을 볼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시중은행이 합심해 선보이는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사기 피해자 대환대출은 피해자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주택도시기금 대출은 다른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더라도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 등의 요건을 갖추면 연 1.2~2.1%, 2억4000만원(보증금의 80% 이내) 한도의 저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24일 전산개편이 완료된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은 내달 15일, 국민·하나은행은 내달 중순, 농협은행은 내달 29일 전세사기 피해자 대환 대출을 시작한다. 다만 이는 시중은행의 대출을 받은 피해자 경우에만 해당돼 수요는 제한적일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지원 외에도 펼칠 수 있는 비금융 지원도 다방면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소송, 변호사 선임, 기타 법률 상담 등의 업무를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무료 지원하기로 했다. 전세사기를 당했지만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출에 나서는 방침은 환영할 일이지만 당장 수천억원대 지원을 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과한 부분이 있다”면서 “실질적인 지원책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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