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따로 세금신고·증명서 발급 … 앞으론 한곳서 맞춤형 해결"
부처별로 흩어졌던 민원업무
클라우드로 통합, 서비스 개선
방대한 서류 없어도 인허가
맞춤형 혜택알리미도 운영
클라우드에 대기업도 참여
민간 SaaS기업 1만개 육성
"기존 전자정부에서 정부24(주민등록표 등·초본 교부 등 민원), 홈택스(연말정산 등 세무) 등 분야별로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존재했다면,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는 이 모든 것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한데 묶어 국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최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사진)은 디플정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디플정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공공 부문 간 데이터를 공유해 국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구글 정부'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고,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에 디플정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면서 본격 가동됐다. 공장 간편 인허가 서비스, 관공서 첨부 서류 제로화, 국민 맞춤형 혜택 알리미 등이 디플정 핵심 사례다. 서류를 내지 않아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디플정을 달성하기 위해선 클라우드(IaaS)와 이에 얹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가 필요하다. 현재 클라우드 생태계를 보면 IaaS는 보통 대기업이, SaaS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이 담당한다. 고 위원장은 "기존 시스템통합(SI·기관 내부에 IT 시스템을 직접 설치해주는 것) 위주로 공공 IT 시스템을 발주할 땐 중소기업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가 2012년부터 시행됐지만,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클라우드 산업의 경우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이 하나의 선단을 이루며 같이 발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디플정 사업에 관해 대기업 참여를 인위적으로 막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디플정을 위해 클라우드 전환을 더욱 확대하고 현재보다 '더 나은' 클라우드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현재 IT 정보화 예산은 한 해 약 5조원인데, 신규 발주가 약 30%이며 나머지 70%는 유지·보수를 위해 사용되고 있고, 대부분이 SI와 관련돼 있다. ISP 단계(정보화 전략계획·발주 첫 단계)부터 클라우드 전환을 전제로 내년 예산을 짜고 수십 억~수천억 원을 한 번에 발주하는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맞게끔 '월 구독형 발주'로 바꾼다는 게 디플정 측의 계획이다. 고 위원장은 "현재 약 1만7243개 행정·공공기관의 IT 시스템 중 18%(행안부 통계 기반)만이 클라우드로 전환된 상태인데, 그동안의 클라우드 전환은 서버를 옮긴 것에 불과했다"며 "앞으로는 단순 서버 이동이 아니라 민간과 연동될 수 있는 기능(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MSA)을 전제로 한 클라우드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와도 IT 시스템이 연계된다. 대표적인 분야가 가족관계증명원이다. 그동안 사법부가 이를 PDF 파일 형태로 행정부에 넘겼는데, 현장 주민센터와 구청 공무원들이 PDF 파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법부에서 원데이터를 행정부에 공유해주기 때문에 행정부 IT 시스템에 미리 가족관계증명원이 등록돼 있어서 현장 공무원이 일일이 검색하거나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 위원장은 "이 같은 기관 간 데이터 공유뿐만 아니라 챗GPT 기능이 탑재되면 일선 주민센터·현장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데이터를 찾거나 입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줄어든 시간만큼 민원인 응대,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등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 같은 디플정을 구현해 공공 서비스 1000종을 통합하고, 첨부 서류 제로화를 통해 연간 2조원을 아낀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 부문 데이터를 개방해 민간 SaaS 기업 약 1만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고 위원장은 "정부는 디플정 연간 수출액을 전자정부(5억달러)보다 4배 많은 20억달러로 설정했다"며 "더 많은 SaaS 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민관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상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앞으로 부처·인사평가에 디플정 항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디플정위원회는 공공 부문 기관평가 항목 중 하나로 디플정을 넣는 안을 기획재정부, 행안부, 국무총리실과 논의하고 있다. 또한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디플정 전환에 열심히 나서는 공무원에게 가점을 주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디플정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정부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해야 하는데, 데이터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담당 공무원을 문책하다 보니 그동안 공무원들이 데이터 개방에 소극적이었다"며 "데이터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공무원이 아니라 데이터를 요청한 쪽에 책임을 지우는 형태로 바꾸는 안을 감사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진 위원장
1961년생인 고진 위원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동영상 압축 기술 기업인 '바로비젼'을 창업해 대표이사를 지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거쳐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TF 팀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해 7월 29일 장관급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고건 전 국무총리의 3남 중 장남이다.
[나현준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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