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문화 넘어 건설로… 필리핀 철도 공사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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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필리핀 직원들이 휴식 시간에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해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좋게 봐주는 경향이 커 사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1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약 80㎞ 떨어진 클락 지역의 차량기지 건설현장.
클락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아팔랏시에선 현대건설과 동아지질, 현지업체인 메가와이어 3곳이 공동 수주한 17㎞ 길이의 교량 공사(사업비 약 6,000억 원)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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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포스코이앤씨·롯데·DL이앤씨 참여
필리핀 한류 열풍..."사업에도 도움"
“젊은 필리핀 직원들이 휴식 시간에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해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좋게 봐주는 경향이 커 사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1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약 80㎞ 떨어진 클락 지역의 차량기지 건설현장. 포스코이앤씨 이상엽 현지소장은 “한류 열풍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단 걸 느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차은우·이민호 등을 모델로 한 광고판이 빌딩 곳곳에 걸린 마닐라가 최근 블랙핑크의 공연으로 들썩였다는 말을 들은 터라 한류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류는 문화 교류 수준을 넘어 건설 현장에서 ‘경제 한류’로 이어지고 있었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클락에서 마닐라를 거쳐 칼람바까지 연결하는 남북철도사업(NSCR·약 147㎞)에서 한국 기업들은 실제로 굵직한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이날 방문한 북쪽 차량기지는 2025년 6월까지 33㏊ 부지에 열차를 정비하는 중정비창과 종합관리동 등 48개 건물을 짓는 사업으로, 포스코이앤씨가 단독으로 맡았다. 공사비 전액(3,540억 원)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조달했다.
클락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아팔랏시에선 현대건설과 동아지질, 현지업체인 메가와이어 3곳이 공동 수주한 17㎞ 길이의 교량 공사(사업비 약 6,000억 원)가 한창이었다. 무게가 50톤인 콘크리트 구조물(세그먼트)을 15m 들어 올려 계속 이어붙이는 식으로, 현재 1.8㎞ 시공을 마쳤다. 이용정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세그먼트 6,700여 개가 투입될 예정”이라며 “진도 1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진도 10은 산사태가 발생하고 석조·골조 구조물이 붕괴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마닐라에서 칼람바까지 이어지는 남부 구간(약 57㎞)에도 입찰, 7개 공구 중 13억5,200만 달러가 투입되는 4·5·6공구 공사를 추가 수주했다. 이용정 소장은 “마닐라에 있는 ADB 본부 완공 이후 30여 년 만에 필리핀에 다시 진출했다”며 “필리핀 내 인프라 건설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엔 스페인 건설사와 합작한 DL이앤씨, 롯데건설도 수천억 원의 구간 공사를 수주했다.
필리핀 정부가 ADB에서 약 70억 달러, 일본 외무성 산하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로부터 20억 달러 이상을 지원받아 NSCR을 추진하는 이유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약 150억 달러의 NSCR이 2029년 완공되면 일반 열차 51대와 공항 급행열차 7대가 35개 역을 오가게 된다. 필리핀 교통국 나르시소 프리클라로 담당자는 “버스로 2~3시간 걸리는 클락~마닐라 이동시간이 1시간 안쪽으로 줄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도 47만3,000톤 감소할 전망이다.
역사와 교량 등 하드웨어 구축은 한국 기업이 하지만, NSCR 운영에 필수적인 신호통신 시스템과 궤도는 일본 미쓰비시가 도맡았다. 수주 규모는 2조4,000억 원. 차량도 일본에서 공급한다. 대규모 차관을 지원한 JICA가 일본 기업으로 입찰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상엽 소장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한다는 명분과 자국 업체의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정부도 이와 비슷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운영 중이다. 올해 사업 승인 규모는 3조8,000억 원. 매년 1,000억 원씩 확대해 2025년 4조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마닐라=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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