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주주총회엔 그녀가 나온다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4. 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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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총 사회맡은 김미영씨
12년전 제일기획 시작으로
주총계 '베테랑 사회자' 반열
회사관련 이슈섭렵은 기본
장시간 집중위해 구두대신 단화
수백조단위 매출과 주식숫자
정확히 읽는것도 훈련 필요

"주주총회 사회를 본 지난 10여 년 동안 주총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어요. 회사는 주주분들께서 말씀하실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주주분들도 애정을 담아 말씀을 많이 하시죠. 저는 주총의 이런 흐름을 이어가는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와 3위 기업이자 K반도체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주주총회 사회를 맡으며 화제를 모았던 김미영 아나운서(사진).

삼성전자 주주 580만명, SK하이닉스 주주 100만명 등 약 680만명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그는 한국 증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두 회사의 주총을 차분하게 진행하며 호평을 받았다.

2011년 제일기획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여러 기업들의 주총 사회자로 활동하며 주총계의 '베테랑 사회자'로 꼽히는 김 아나운서는 매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와 주주들이 서로 다가서려 하고 있다"면서 최근 주총의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과거에는 주주총회가 묵직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회사도 주총을 파티나 축제처럼 진행하고 있어요. 주주들도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려 하고요. 10여 년 전에는 주주총회가 청문회 같았다면 지금은 주주도, 회사도 서로 다가서는 느낌입니다."

골프 등 분야에서 프리랜서 방송진행자로 활동하는 김 아나운서는 올해 두 회사의 주총 후 친지·친구들로부터 "잘 봤다"는 메시지가 쇄도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국민기업'의 주주총회라는 것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방송일을 오래 하다보니 부모님이나 친지들이 제가 나오는 방송을 보더라도 연락을 잘 안 하시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주총을 보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식구들이 다들 주주들이시니 주총 잘 봤다고 메시지를 보내시더라고요."

1년 중 회사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히는 주총이다보니 김 아나운서는 주총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우선 회사의 분위기와 이슈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와 관련한 이슈와 뉴스를 꼼꼼히 챙겨본다. 또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졌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토론 프로그램이나 토크쇼를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떤 멘트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지를 미리 준비하곤 합니다. 토크쇼나 토론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 모습을 보면 좋은 준비가 됩니다. 요즘은 주총에서 전자투표 단말기를 이용하는데 혹시 기기가 고장이 나거나 정전이 됐을 때 어떤 말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 수 있을지도 준비하곤 합니다."

사회자의 옷차림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의 임시주총은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때 열렸다. 김 아나운서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액세서리 착용 없이 주총 사회에 나섰다.

"주총에서는 다른 행사의 사회와 다르게 구두 대신 단화를 꼭 신고 갑니다.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고 말이 더 편하게 나와야 하기 때문이죠. 옷은 가능하면 그 회사를 상징하는 색상을 입으려고 합니다. 다만 당시 상황이나 무대 배경 색상을 생각해서 제일 알맞은 옷을 고르곤 합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3위 기업이다보니 조 단위의 숫자가 많아 숫자를 정확하게 읽는 것이 김 아나운서가 느낀 '숨겨진 어려움'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의 유통주식 수는 67억9266만9250주이며, 연결기준 매출은 302조2313억6000만원인데, 이 숫자를 공개된 장소에서 일정한 속도로 읽는 것은 난도가 높은 작업이다.

"간혹 거친 표현을 하시거나 예상하지 못한 발언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해요. 모두 같이 박수 치는 주총도 좋겠지만, 저는 그 모습도 건강한 주주총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회사에 애정이 있으니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최승진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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