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사흘과 주례사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져서 걱정이라고 한다. 문장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문해력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단어를 잘못 써서 아쉬울 때가 많다.
사흘을 4일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날짜나 기간을 말할 때 2일, 3일, 4일… 이런 표현을 주로 사용하니까 사흘, 나흘은 굳이 몰라도 된다고 크게 반발할 것은 아니다. 한국어로 날짜 세는 기본 단위 정도는 알고 쓰면 좋을 것이다. 언젠가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라는 말을 들으면 스스로 한번 그렇게 세어 보거나, 그런 말들을 몰랐다면 슬며시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해 보는 습관을 권하고 싶다.
요즘은 결혼식에서 주례를 따로 모시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어떤 집은 사회자가 주례를 겸하거나, 양가 부모 중 한 사람이 주례 겸 진행을 맡기도 한다. 주례가 있는 경우 사회자가 주례를 소개하면서 결혼식이 시작된다. 이때 젊은 사회자가 "먼저, '주례사님'을 모시겠습니다"라고 안내하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당연히 "주례 선생님(또는 주례님)을 모시겠습니다"가 맞는다. 주례는 그 자체가 결혼식 등 예식을 주관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아마도 회계사, 변호사, 간호사, 영양사, 세무사, 선교사 등 '사' 자가 사람을 가리킨다고 잘못 생각하고 말했을 것이다.
한자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말의 깊이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어려운 한자 교육을 대폭 늘리라거나 한자 몇백 자를 외우라고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자를 떠나서라도 일상적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의 뜻은 제대로 알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공식 회의에서 사회자가 "2023년 현재 ○○회 회장님을 역임하시고 계십니다"라고 잘못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멋있게, 무게 있게 공식적인 표현을 쓰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고쳐 써야 맞는다. 거친다는 뜻의 '역사' '이력' '경력' '약력'에 쓰인 '역(력)'과 '임무' '소임'에 쓰인 '임'이 합쳐 '역임'이다. 즉, 역임은 여러 직위를 두루 거쳐 지내온 것을 의미하므로 지금의 직위 표현에는 적절하지 않다. "○○회 회장님으로 계십니다" 또는 "근무하고 계십니다"라고 하면 충분하다.
손님들을 모아 놓고 설명을 잘 마무리한 다음 "궁금한 사항은 언제든지 저에게 여쭈어봐 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를 본다. 아마도 자신을 낮추어서 겸손하게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쭙다(여쭈다)'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물어보는 경우에 사용한다. "아버님께 여쭈어보자" "선생님께 여쭈어보면 좋겠다"인데 "저에게 물어봐 주세요"를 "저에게 여쭈어봐 주세요"라고 잘못 말한 것이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말을 잘못 쓰는 건 아닌지 가끔씩 돌아보면 좋겠다.
[장동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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