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걸 국건위 위원장 "용산공원, 생태계·문화·AI 융합···세계 공원들의 모본 될 것"

변수연 기자 2023. 4.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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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대담=이혜진 건설부동산부장
국가 정체성 보여줄수 있는 공간···韓 문명의 총화로 자리매김해야
美 센트럴파크처럼 '외딴섬' 안돼···인근 '고층개발 계획' 수정 필요
생태건축·환경디자인 실험 진원지로···K도시 등 수출기반 만들것
[서울경제]

"용산국가공원을 한국판 ‘센트럴파크’로 만들자는 얘기는 말도 안 됩니다. 용산공원 개발은 조성된 지 170년이 넘은 공원을 모델로 삼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태와 역사문화, 그리고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미래지향적 공원을 전 세계에 제시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친환경 공간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안 기술 등이 결합된 세계 공원들의 모본(模本)으로 조성하도록 구상하고 있습니다. "

권영걸 신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국건위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용산공원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국건위는 국가 건축 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0일 용산 대통령실 이전 발표가 나온 지 1년 이상이 흘렀지만 시민들이 느낄 만한 변화가 없었던 용산공원 개발의 비전을 제시하는 임무도 맡았다.

여기에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도 용산정비창 개발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지만 국건위 출범으로 흩어져 있던 용산 개발계획들이 보다 통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됐다.

권 위원장은 서울대 미대 학장,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부시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등을 거친 도시디자인 전문가로 지난달 27일 출범한 제7기 국건위 위원장에 선임됐다. 2008년 제1기를 시작으로 출범 15년이 지난 국건위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도시건축 분야에 대해 관계 부처의 정책을 조정,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간사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환경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와도 긴밀한 논의를 통해 건축공간적 해법과 비전을 제시한다.

그는 “국건위는 대부분의 국토 정책 사업들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고 관련 부처에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는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며 “오랫동안 국건위가 축적해온 도시공간 및 제도 개선에 관련된 노하우와 함께 도시건축계 전반의 여론 수렴 기능을 활용한다면 용산공원 및 용산지역개발 사업을 힘 있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토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5월 10일)을 맞아 다음 달 초 용산공원 개방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용산공원을 “국가 정체성을 시공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용산공원이 국민과 세계 시민에게 개방되면 한국의 세계화와 한류를 이끌어가는 한국 문명의 총화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세상의 모든 건축, 환경 조경, 공간디자인 실험’이 용산공원과 용산 도심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국건위가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산공원 개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 300만 ㎡에 이르는 부지 가운데 31%만 반환됐기 때문에 나머지 미반환 부지(69%)를 고려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전체 마스터플랜의 완성도를 높여놓고 반환 부지를 개발하지 않으면 향후 미반환 부지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 모자이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9월부터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개발이 끝난 용산공원의 모습은 어떨까. 그는 “자연생태공원인데 거기에 역사문화공원적 성격이 결합될 것”이라며 “친환경 공간과 AI 활용 보안 기술 등이 결합된 세계 공원들의 모본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용산공원 개발에서 자주 언급되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처럼 녹지가 마천루에 둘러싸인 외딴섬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용산공원이 적극적인 녹지 공간이라고 하면 고층 빌딩 사이의 공간은 중화적 공간인 ‘버퍼존(buffer zone)’이 돼야 한다”며 “용산공원 인근의 고층 개발이 계획돼 있는데 이에 대해 많은 수정이 필요하고 또 많이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용산정비창 일대 약 50만 ㎡를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해 초고층 건물 등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용산공원 부지와 한강 사이 이촌동 등에도 아파트만 있을 뿐 녹지 공간이 전혀 없다”며 “머지않아 태어날 용산공원이 섬처럼 되지 않게 그 주위를 중화적인 공간이 에워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산이 한국형 생명도시, 생태건축 개발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용산공원을 개발할 때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며 “용산공원은 전국의 지역 공원에, 그 주변부 개발은 전국의 도시 개발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K도시·K건축 수출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건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문제, 튀르키예 지진 등 한국 기업들의 K건축 수출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도시 구조는 자동차 중심으로 짜였지만 고도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건축이 필요하다”며 “국건위에서는 선진국에서도 아직 도입하지 않은 미래지향적 도시 체계를 제시하는 K도시건축으로 미래 도시 공간의 선도국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해 탄소와 미세먼지 문제 등을 건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나노공학·신소재 등 학문과 ICT가 융복합해 탄소 흡수 및 산소 배출, 미세먼지 흡수 등이 가능한 건축 소재 개발 등 관련 정책을 입안할 계획이며 이러한 성과는 세계 여러 도시로 수출돼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차원의 심각한 문제인 지방 소도시 소멸, 인구 감소에 대한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인구 감소,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으로 절박한 과제를 되레 기회 요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약 93%가 도시화된 현실을 감안해 지방 소도시의 공간적 질은 높이되 양은 줄이는 ‘스마트그린 콤팩트시티(압축도시)’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소도시의 인구밀도를 높이고 스마트팜을 비롯한 농업의 고도화, 양질의 교육 시스템, 스마트 의료, 고밀도화로 유발되는 도시 상권 및 여가 문화 창출, 나아가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등을 통해 스스로 작동하고 자생할 수 있는 도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스마트그린 압축도시를 구축하면 도시 인프라, 에너지, 행정 기능 등이 응축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소멸 과정에 접어든 지역의 공간 및 주택을 지역 여건에 따라 환경 생태 복원, 신재생에너지 생산, 농업관광, 도시민 휴양 등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권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국건위는 관계 정부 부처와 협의해 ‘스마트그린 콤팩트시티’ 정책을 검토하고 모형을 구축해 시범도시를 조성하는 방법을 지자체들에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수도인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개발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한강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점을 짚었다. 권 위원장은 2007~2009년 오 시장이 초선 시장이었을 때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맡았는데 당시 시작됐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재구조화된 것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다.

권 위원장은 “한강은 서울 도심 못지않게 수백 년의 역사적 맥락과 기억을 안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떤 서울시장이 한강 사업을 지휘하더라도 시민들의 ‘집단기억(collective memory)’과 상충되는 개발이 이뤄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괄 개발’이 아니라 각 지역과 구간별로 특성을 살려 지역 정체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더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강은 물리적 공간 디자인 외에 ‘서비스 디자인’이나 ‘스토리 디자인’으로 풀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으로 공간 구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 그리고 각계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작동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용산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 건축 정책에 대한 국토부와 서울시 또는 관계 부처의 의견이 다를 경우 입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퍼런스 등의 형태로 권고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국건위에는 민간 위원 17인이 함께 위촉돼 활동하는데 이들은 지자체·공공기관·학회·협회 등의 추천을 받은 건축·도시·조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학계 10명, 설계 및 디자인 관련 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학식과 경륜을 적극 활용해 어젠다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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