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밀라노 한류행사가 남긴 숙제
이탈리아 밀라노 최대 공원 셈피오네파크의 19세기 건축물 팔라치나 아피아니.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가 제국 수도 파리 수준의 도시계획으로 밀라노를 발전시키는 꿈을 꾸며 지었던 장소다. 이곳이 우리 전통 단청을 재해석한 이미지로 꾸며지고, 파란 눈의 모델 10여 명이 한복 패션쇼를 하는 비현실적인 장면이 지난 18일 펼쳐졌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현지 교민과 함께 준비한 '이것이 한국이다(THAT'S KOREA)' 행사였다. 신고전주의 건축물과 한국 전통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현대 유럽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앞서 3년간 디자이너들이 한복 디자인을 개발한 덕분에 유럽 젊은이도 차려입기 좋은 현대적 미감을 뽐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원 서쪽 트리엔날레 디자인미술관에서는 스테파노 조반노니, 마르코 차누소 등 디자인 거장 6인이 통영 장인들과 함께 만든 자개 테이블 전시가 열렸다. 70대 한국 화랑주의 집요함으로 본격 추진한 지 3년 만에 거둔 결실로 우리 전통을 재해석한 예술 가구의 잠재력을 제시했다.
전 세계에서 30만명 이상 몰려드는 밀라노디자인위크 시기에 맞춰 핵심 장소가 한국 전통과 문화의 힘을 알리는 전초기지로 변신했다. 시내 곳곳 수백 개 장외 전시까지 더해져 모객 경쟁이 치열했다. 스위스와 체코도 자국 문화 홍보에 열심이었다.
올해는 밀라노공예전 10년 경험을 토대로 총체적인 한국 문화 체험과 체계적 시스템을 만든 원년으로 의미가 있다. 현지를 잘 아는 노련한 기획자들과 수십 년간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교민들 힘이 발휘된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 팝업 행사의 한계도 보였다. 현지에 뿌리내린 일본과 비교됐다. 밀라노 도심 곳곳의 고급 스시 식당에선 고위급 방문객들이 사교를 이어가고, 일본 가구회사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세계적 건축가 구마 겐고의 건축 철학을 직접 듣고 그의 소파를 사게 했다. 유명 가구 브랜드들도 앞다퉈 일본 디자이너 협업 신제품을 선보였다.
한류 문화 홍보가 나폴레옹의 도시계획처럼 미완으로 남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한나 문화스포츠부 azu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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