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尹 대통령은 미국에 더 대답할 준비가 됐는가

이상훈 전문기자(karllee@mk.co.kr) 2023. 4.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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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은 힘이자 짐이다. 내가 어려울 땐 동맹의 손이 든든하지만, 그 동맹이 어려우면 내가 손을 내줘야 하는 관계다.

동맹인 미국이 갖고 있는 불만이 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왜 미국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가. 주한미군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툭하면 방위비 증액 얘기를 꺼낸 건 이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라고 다르지 않다. 미국 입장에서 힘을 키우는 중국은 신경 쓰이는 존재, 러시아는 서방을 위협하는 사실상 적국이다. 동맹의 도움을 바란다. 호주, 일본 등이 참여하는 '묶음'을 시도하고 나토 회원국을 늘리는 건 이 맥락이다. 미국은 한국의 역할을 바란다. 단독으로든 다른 동맹과 협조하든 말이다. 무리수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선 건 미국의 '바람'이 영향을 준 거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엔 중요한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 등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비살상 물자 지원'이란 기존 입장에서 더 나아갔다. 러시아는 반발했다. 두고 보겠다며 협박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조건'을 강조한 거긴 해도 상당히 강경하다. 이미 한국산 포탄이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우회 지원되는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해봐야 소용없다는 판단을 한 것도 같다.

인터뷰엔 대만에 관한 얘기도 있다. 윤 대통령은 중국·대만 양안 갈등과 관련해 "이러한 긴장은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제사회와 함께 이러한 변화에 절대 반대한다"면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 문제"라고 했다. 역시 중국이 발끈했다. "말참견하지 말라"는 모욕적 표현을 썼다. 우리 외교부는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한다"고 받아쳤다. 이후 중국은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협박했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에 관한 윤 대통령의 대답이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26일 한미정상회담 뒤 나올 공동성명에 두 가지 사안이 들어갈 거다.

문제는 그 후다. 지금 전쟁 양상이라면 러시아는 윤 대통령이 밝힌 '조건'을 저지를 수 있다. 이미 민간인 학살, 전쟁범죄의 증언은 차고 넘친다. 그때 미국은 윤 대통령에게 행동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거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미국이 대만 수호에 나설 수도 있다. 주한미군이 대만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은 이래서 나온다. 미국은 우리에게 무기 지원을 요청할 수도, 더 나아가 한국군의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때 윤 대통령은 대답을 내놔야 한다. 지금까지 한 대답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진짜 외교는 이제 시작된 것일 뿐이다.

첨언하면, 이토록 중요한 '패'를 왜 방미 전에 미리 밝혔을까란 점이다. 미국은 동맹이지만 협상 대상이기도 한데 말이다. 또 국내 언론이 아닌 외신 인터뷰에서 했다는 점도 있다. 우리 외교·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말이다. 기자로서 아쉬움이 좀 있다.

[이상훈(정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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