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노인은 국가의 짐인가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그래야
더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임금체계 바꿔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7.5%였다. 2030년에는 26%가 돼 인구 4명 중 1명은 노인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은 줄고 노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2030년까지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80만명 감소하고 65세 이상은 400만명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을 부양해야 할 젊은 층과 국가의 부담이 커진다. 고령층을 위한 연금, 건강보험, 복지 지출이 계속 늘고 있다.
지금 고령층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 훨씬 건강하고 학벌이 높으며 경력이 많고 삶의 의욕이 넘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노인 인구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은 국가의 축복이다. 고령화가 개인의 인생에 축복이 되고 국가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령층이 더 오랜 기간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보다 더 일찍 저출산·고령화를 맞은 다른 선진국은 이미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했다. 일본은 법정 정년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60세이지만 기업의 99%가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 근로자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49.3세(2022년 5월 통계청 자료)다.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기업이 60세 이상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기 위해서는 근속연수 중심의 호봉제를 직무와 성과 중심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고령층을 계속 고용해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고 청년 고용이 위축되지 않는다. 노사 간 합의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고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임금체계를 바꾸고 고령층을 연장 고용하는 기업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고령층을 고용했을 때 생산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게 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는 젊은 근로자보다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신기술에 적응하기 힘들며 혁신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고령 근로자는 경험이 많고 의사소통 및 문제 해결에서 젊은 층보다 유리하다. 한국은 중장년 근로자의 직무 교육과 훈련 참가율이 미국, 핀란드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꾸준한 직무 훈련과 평생학습으로 신기술 활용능력과 직무능력을 계속 높이도록 도와야 한다.
고령층의 취업과 창업에 도움이 되는 산업과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자동화·로봇 같은 고령 친화적 기술과 의학·생명공학 발전은 노인을 과거보다 더 건강하게 하고 생산성을 높여준다. 미국의 경우 홈헬스케어를 포함한 의료산업, 사회복지, 성인 교육과 훈련, 컨설팅 및 프리랜서 등에서 고령층 일자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고부가가치 직종과 산업을 발전시키면 고령자 고용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60세 이상 취업과 창업 수가 최근 계속 증가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 이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저임금·저생산성 직종에 취업하거나 준비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더 많다. 고령층이 재취업하고 창업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직종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60세 이상 근로자의 계속 고용,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포함하는 고령화 대책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성과를 낼지 걱정이다. 최근 연금개혁, 근로시간제 개편 등 여러 개혁 조치가 말만 많고 성과가 없었다.
고령화가 국가의 큰 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인이 많아지고 빨리 은퇴할수록 청년들의 미래 부담은 더 커진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는 고령 인력의 활용이 더욱 중요하다. 좋은 고령화 대책이 나와 모든 세대가 상생하고 국가가 지속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특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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