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배이자 스승 앞에서 청출어람 뽐낸 고영표-최원준 ‘투수전’으로 부를 만했다[SS 현장속으로]

장강훈 2023. 4. 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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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잠수함 계보를 잇는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고)영표가 전역 후 합류했을 때 (최)원준이가 던지는 걸 참고하라고 했다. 볼끝도 좋지만, (최원준은) 하이 패스트볼을 잘쓴다. 당시만해도 영표는 낮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의도를 파악했는지, 이후 하이 패스트볼을 쓰기 시작했고, 에이스 투수로 성장했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의 설명에 반추하면, 고영표 역시 후배이지만 최원준과 교류를 통해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에 눈을 떴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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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영표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에서 7회말 2사 만루 위기를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잠실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동국대 잠수함 계보를 잇는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다. 대선배이자 스승인 KT 이강철 감독은 흐뭇한 마음으로 이들을 지켜봤다.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을 터. 소속팀 선수의 판정승이 유력했지만, 실책에 날아갔다. 23일 잠실구장에서 맞붙은 고영표(32·KT)와 최원준(29·두산) 얘기다.

이들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 팀 대결에서 선발투수로 격돌했다. 최원준이 6회까지 92개를 던지며 6안타 1볼넷 1실점 후 먼저 마운드를 내려갔다.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고영표는 투구수 95개로 안타 7개를 맞고 1실점했다. 더블플레이 도중 유격수의 송구가 1루를 벗어난 탓에 3루로 달리던 김재환이 홈까지 내달린 게 고영표로서는 아쉬운 장면이다.

두산 최원준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연합뉴스


KBO리그 대표 잠수함으로 꼽히는 고영표와 최원준은 그라운드밖에서는 절친이다. 고영표가 4학년 때 최원준이 신입생으로 동국대에 진학하며 인연을 맺었다. 고영표는 2014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고, 최원준은 3년 뒤(2017년) 1차지명으로 두산 품에 안겼다. 85학번인 이 감독에게는 까마득한 후배. 둘의 맞대결을 앞둔 이 감독은 “경기는 빨리 끝나겠다”는 말로 기대감을 대신했다. 구위와 제구, 경기운영 능력이 빼어난 투수들인만큼 경기 자체가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둘은 이 감독의 제자이기도 하다. 인연은 최원준이 먼저 맺었다. 이 감독은 2017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2군 감독 중책을 맡았는데, 당시 1차지명 신인이 최원준이었다. 타깃 잡는 법, 체인지업이나 커브 활용법 등을 세세하게 알려줬고, 2년간 세심하게 조련했다. 최원준은 2019년부터 1군 무대에 올랐고, 남다른 볼끝으로 2020년 선발자리를 꿰찼다.

최원준이 1군 무대를 밟던 시기, 이 감독은 KT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교롭게도 고영표는 2018시즌을 끝으로 입대한 탓에 이 감독과 바로 만나지는 못했다. 고영표는 전역 후인 2021년 복귀해 11승(6패) 평균자책점 2.92로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물론, 이 감독의 세심한 도움이 뒷받침됐다.

KT 고영표가 23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연합뉴스


이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고)영표가 전역 후 합류했을 때 (최)원준이가 던지는 걸 참고하라고 했다. 볼끝도 좋지만, (최원준은) 하이 패스트볼을 잘쓴다. 당시만해도 영표는 낮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의도를 파악했는지, 이후 하이 패스트볼을 쓰기 시작했고, 에이스 투수로 성장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KBO리그 잠수한 투수들은 서로의 노하우를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려 애쓴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포용심 넓은 고영표는 후배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감독의 설명에 반추하면, 고영표 역시 후배이지만 최원준과 교류를 통해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에 눈을 떴을 가능성이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두산 최원준과 KT 고영표의 대학 선배이자 스승이어서 둘의 장단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날 최원준은 포심-슬라이더 조합에 커브를 세 번째 구종으로 활용했다. 어퍼스윙이 많은 KT 타선을 공략하려면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요하다. 속구 최고구속은 시속 140㎞였지만, 다른 투수에 비해 종속이 빠른 편이어서 109㎞까지 구속을 떨어뜨린 커브와 조화를 이루면 위력이 배가한다. 고영표는 투심과 체인지업에 슬라이더를 보여주는 구종으로 활용했다. 투심 최고구속은 시속 139㎞였고, 체인지업도 133㎞까지 끌어올렸다. 궤적은 같지만 낙폭이 다르기 때문에 두산 타선이 알고도 공략하지 못했다.

둘 다 하이 패스트볼을 섞어 시선을 교란했다. 볼넷이 한 개밖에 나오지 않아, 9회까지 경기시간은 2시간48분이면 충분했다.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프로야구 1군 경기에서 선발투수가 갖춰야 할 기본을 보여준 투구여서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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