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투자경고 종목 지정 60% 급증한 코스닥···‘빚투 주의보’
연초 이후 강세장을 이어온 코스닥에서 이달들어 시장경보 조치를 받은 종목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이 6조원을 순매수한 가운데 ‘빚투’규모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이 하락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23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시장경보 제도상 투자 경고 종목 지정은 53건(48종목)이다. 이중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발생한 건은 24건으로 전달(15건) 대비 60% 급증했다.
시장경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투자위험’ 종목 지정은 올해 4건 중 3건이 4월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3월30일)에 투자위험 종목에 지정된 자이글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올해 투자위험 종목 지정 4건은 모두 최근 한 달 사이에 발생했다. 3월부터 지난 21일까지 383.5% 오른 자이글을 비롯해 알에프세미(627.3%), 이브이첨단소재(453.0%) 등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은 모두 시장에서 ‘2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본래 해오던 사업이 2차전지와 큰 연관이 없던 이들 기업은 최근 2차전지와 그 핵심 소재인 리튬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연초 이후 코스닥 강세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1월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개인의 코스닥시장 누적 순매수액은 6조1278억원이다. 기관과 외국인, 기타법인이 내다판 물량을 개인이 받았다.
문제는 증권사에서 투자금을 빌린 신용거래융자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조7008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의 44%에 달하는 액수다. 지난해 말 7조7609억원이던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꾸준히 늘어 3월 말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액을 넘어섰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0년과 2021년 개인투자자의 코스닥시장 순매수액은 각각 16조3000억원, 10조9000억원이었으나 신용융자 증가액은 순매수대금의 27%, 12.8%에 불과했다”며 “신용융자가 늘긴 했어도 예탁금 증가가 동반된 현금매수가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처럼 신용융자 증가액이 개인 순매수대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단기 레버리지 베팅이 코스닥시장 강세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클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코스닥시장 시총은 지난 거래일 기준으로 작년 말 대비 30.79% 증가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시총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3배 늘어나면서 코스피 시총 12위인 카카오를 넘어섰다.
하지만 시장에선 코스닥시장의 2차전지 쏠림 현상과 최근 강세장 이후 조정이 나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수급이 주로 2차전지로 흘러간 만큼 수급이 위축될 경우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시장은 상승추세가 주춤할 때 악재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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