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침묵의 힘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4. 23. 1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밑의 저녁 위로

흰 눈이 싸락싸락 내리고

바람이 멎는다

겨울도 깊어지면

소리가 없는 것

산 아래 마을에서

패 다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홀홀히 털고 웃으며

미리 만드는 무덤

그 속에 악플 들어가지 않아

생애로부터 잡풀 솟지 않고

뜻 없이

흰 눈만 쌓여 있게 되기를.

- 장재선 作 '침묵으로부터'

단아하고 참 좋은 시다. 사람들의 욕망이 들끓고 혐오와 저주로 날이 새는 세속에서 때로는 침묵이 가장 힘이 세다.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패 다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저 조용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저녁이 찾아오면 그뿐. 그리고 그 마을 위로 뜻 없는 흰 눈이 싸락싸락 내리면 된다.

시인의 풍경은 이렇게 완성된다. 모두 다 링 위에 올라가 목소리를 내는 세상은 지옥이다. 저 산 아래 마을에 가고 싶다. 당신도 그러하리라.

[허연 문화선임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