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줄인다”…1300도 열기서 피어오른 ‘탈중국의 꿈’ [르포]
포스코퓨처엠 세종 공장 가보니
이 중 음극(-) 역할을 하는 음극재 생산에는 검은 흑연이 필수다. 흑연은 현재 상용화된 음극재 소재 중 충전과 방전(사용)에 강점이 있고 다양한 소재를 섞어 출력과 수명을 강화해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음극재 시장의 95%는 흑연계 음극재가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리콘 등 금속계가 5% 가량, 비정질 탄소계 음극재는 1% 미만으로 사용된다.
국산 배터리용 음극재는 전 세계에서 8%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68%로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이 나머지 약 22%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8%의 음극재는 전부 국내 한 공장에서 생산된다. 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 공장이 그 주인공이다.
20일 매일경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업 가동 중인 포스코퓨처엠의 세종 음극재 2공장을 방문했다. 정부 부처가 입주한 세종시 시내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세종시 소정면 소정산업단지에 위치한 이 공장은 산 넘고, 강과 철길을 건너야 찾아갈 수 있는 산단에 위치해 있었다.
공장 초입에는 20m 높이의 원재료·완제품 저장용 철제 창고가 위치해있었다. 정광열 포스코퓨처엠 음극재2공장장은 “원료나 제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이용해 크레인이 자동으로 물건을 오르내린다”며 “생산 과정 전반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세종 음극재 공장은 중국에서 수입한 흑연을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로 재탄생시키는 곳이다. 중국에서 1차 가공을 거쳐 작은 구 모양으로 성형한 흑연(구형흑연)을 수입해오고, 이 흑연을 처리해 음극재로 만든다.
공장 안에서 원재료와 완제품이 이동하는 과정은 전부 파이프로 구성된 공기이송방식(에어슈팅)을 사용한다. 정 공장장은 “사용되는 인력도 줄이고, 재료와 제품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완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세종 공장은 공장 내부에도 검은 분진이 많지 않았다.
음극재 생산 과정은 크게 섞고, 가열하고, 후처리를 거치는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구형흑연의 팽창을 막기 위해 가공한 뒤 ‘핏치’로 코팅하는 과정이다. 흑연 음극재는 급속 충방전이 어렵고, 사용하다보면 팽창하는 경향이 있는데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막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핏치는 석탄이나 석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탄소 물질이다. 흑연 표면에 코팅하면 배터리 충방전 속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1차 가공을 거친 흑연은 섭씨 1000~1300도의 고온에서 10여시간 동안 구워지는 소성 과정을 거친다. 이 동안 원재료는 약 40m를 이동한다. 각 시간대별로 온도를 다르게 조정하고 투입하는 부재료의 양을 조정하는 것이 포스코퓨처엠의 노하우다.
이렇게 생산되는 천연흑연 음극재는 세종 1공장과 2공장을 합해 연 7만4000t에 달한다. 정규용 포스코퓨처엠 음극소재실장은 “방문한 생산 라인의 소성로는 연간 3000t의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며 “향후 기술력을 끌어올려 한 소성로에서 1만t의 음극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세종 음극재 공장은 지난 2019년 1단계 공장이 완공됐다. 지금은 2단계 공장까지 건설이 완료돼 상업 가동 중이며, 3단계 공장 증설이 한창이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파나소닉에 공급하기 위한 물량을 찍어낼 뿐 기술 개발이나 증설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커지는 음극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포스코퓨처엠에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음극재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포스코퓨처엠만 상업생산이 가능한 실정이다.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한국 기업이 약 23%, 양극재도 약 21%인 데 반해 음극재 점유율은 8%로 아직 낮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일이라도 중국이 음극재 공급이나 흑연 공급을 끊으면 한국 배터리 산업은 멈춰설 판”이라며 “음극재 생산 기업도 한 곳 뿐이라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021년 덮친 요소수 사태처럼, 높은 공급망 내 중국 의존도를 방치하다가는 배터리 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양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천연 흑연 공급처 다변화와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두 가지 전략으로 공급망 탈 중국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아프리카 탄자니아 광산에서 캐낸 흑연을 원료로 만든 음극재를 생산하기 위해 배터리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흑연을 전량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탈중국이 가능하다는 게 포스코퓨처엠 설명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헨지 흑연 광산에 투자한 바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흑연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구매해 가공한 후 포스코퓨처엠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렇게 생산된 인조흑연 음극재는 천연흑연 음극재보다 출력 등이 우수하며, 고성능을 요구하는 전기차에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공장에서 상업생산을 시작하면, 만든 물량을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완성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에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경쟁국가보다 비싼 전기요금은 여전한 부담이다. 킬로와트시(kWh)당 전력 요금은 한국이 144원 수준인 반면 경쟁국인 중국은 114원, 미국은 79원, 캐나다는 46원에 그친다. 음극재 생산 공정 중 소성공정은 특히 1000도 넘는 고열을 요구해 전기 사용이 많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력 생산에 필요한 액화천연가스(LNG) 등 요금이 올라 전기 요금 인상이 예정된 상황”이라며 “배터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지원책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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