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성 노리개 10년' 그 후‥피해자들은 절규한다

임명찬 chan2@mbc.co.kr 2023. 4. 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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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이비 종교들의 실체를 파고든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자신을 신으로 칭하며 성폭행과 폭행, 감금, 갈취 등 각종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이비 종교 교주들의 충격적인 행태가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엠빅뉴스는 또 다른 엽기적 사이비 종교 '안산 구마교회 오 목사 사건'을 다시 추적해 봤습니다. "음란마귀를 빼야 한다"며 미성년자가 포함된 신도들을 10년 넘게 성적으로 착취한 사실 등이 인정돼 3년 전 25년형이 확정된 오 목사.

법적 처벌은 받았지만 남겨진 피해자들의 삶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피해자들은 오 목사가 신도들을 착취해 쌓은 재산이 100억이 넘는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소멸시효의 한계 때문에 구제받을 길이 막막한 상황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나는 목사의 성 노리개 였다"..불법촬영까지

박수진(가명)/피해자 “JMS 정명석같이 성 착취를 하는데 다 큰 성인만 하는 게 아니고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13살, 14살부터 시작해서 성 노리개처럼 살아가게 됐었고 목사 앞에서 알몸으로 스트립쇼를 춘다든지, 개처럼 기어 다닌다든지..”

수진 씨의 어머니는 "자신이 신에게 선택받았다며, 천국에 가려면 절대 순종하라"는 교리를 펼친 오 목사 교회의 신도였습니다. 수진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2002년, 어머니의 권유로 학교도 그만두고 교회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홈스쿨링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해주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매일 집요한 성 착취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명목은 이른바 '음란죄' 상담. ‘음란마귀를 빼야 한다’며 13살때부터 성적인 행동을 시켰다고 합니다.

박수진(가명)/피해자 "끝까지 시키는대로 하기 전까지 방에서 나가지 못했어요. '목사님한테 다 보여주고 싶지? 너의 옷을 벗어 봐'.. 가만히 있으면 (성적 행동을) 할 때까지 새벽 3시고 4시고 방을 나가지 못하니까.그냥 (오 목사가) 원하는 대로 행동을 했던 것 같아요.”

무려 19년 동안 계속된 성 착취, 그런데 목사는 "원해서 하는 거"라는 말을 하게 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박수진(가명)/피해자 “자기는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는거죠. 항상 '제가 원해서 이렇게 음란죄 상담을 받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게 만들어서 동영상을 찍어서 그걸 증거로 남겨놓고..”

8살, 초등학교 1학년을 채 마치지도 못한 채 어머니 손에 이끌려 오 목사의 교회에 들어가게 된 은희 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은희 씨의 경우 당시 10대였던 목사 아들이 먼저 성추행을 했습니다.

김은희(가명)/피해자 “목사 아들이 저 엄청 어렸을 때부터 건드렸었거든요. 처음 그랬던 건 한 10살 때부터였고 한 그게 5년 정도 저는 창피해서 말 못하고 있었는데..”

오 목사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잠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이번엔 오 목사 본인이, 음란죄가 많아서 그런 거라며 치료를 빙자한 성 착취를 했습니다.

김은희(가명)/피해자 “(목사가)너는 음란죄가 많아서 음란죄 치료를 해야 된다. 목사 보는 앞에서 다른 신도들이랑 막 **을 만져라 막 그리고 중요 부위에 (만지게 하고) 목사는 촬영하고”

저항을 하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고, 갈 곳이 없다 보니 도망칠 엄두도 못냈다는 게 피해자들의 얘기입니다.

김은희(가명)/피해자 “말 안 듣는 애는 하루 종일 고된 일만 시키고 정말 아침 새벽부터 저녁 잠자기 전까지 쉴 틈 없이 일을 시키고 너무너무 힘들어서 못 견디니까 결국에는 잘못했다고, 말을 듣겠다고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요.”

오 목사는 성인 교인들에게도 충격적인 행위를 강요했다고 합니다.

박수진(가명)/피해자 “성적 취향이 좀 이상하다 보니까 동성 간의 모습을 시켜서 찍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성적인 행동을 하게해서 영상으로 찍어서 남겼습니다.”

이런 끔찍한 '음란죄 상담' 영상은 신도들에게 족쇄가 됐습니다.

박수진(가명)/피해자 “나가면 '동영상 찍었던 것 뿌리겠다' 라는 식으로 협박도 많이 하고 그러니 뭔가 우리를 수치스럽고 더러운 사람으로 만들어서 바깥에 절대 도움 요청을 못 하게끔 만들었죠.”


오 목사가 만든 인간농장

집단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오 목사는 신도들끼리 결혼도 시켰습니다. 결혼 상대도 오 목사가 일방적으로 정했고, 출산도 강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김은희(가명)/피해자 “만약에 결혼했는데 제가 나가버리는 거예요. 교회에 가 있기 싫다고 그러면 교회에 있는 사람들끼리 또 결혼시키고 또 아기 낳고 하게 하고 그러더라고요. 결혼하면 여자 가임기 때만 관계를 하라고 목사 사모가 두 사람을 방에 집어넣어요.”

임신을 목적으로 한 특별한 방이 있었고, 안내 문구까지 붙어있었다고 합니다.

김은희(가명)/피해자 “'성관계를 하게 되면 물티슈 세 장을 뽑아서 주변을 다 청소해라', 이런 식으로 정리법이 적힌 안내판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 여기서 맨날 이런 관계가 이뤄지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오 목사 일가가 만든 거대한 '사이비 기업'

교회를 운영한 건 오 목사와 목사의 남동생 가족. 이른바 신에게 선택받은 자인 오 목사는 천국에 가려면 복종하라고 신도들을 세뇌시켰고, 부인 정 씨는 교회 재무와 신도 관리를 담당했습니다. 오 목사의 남동생은 청소년 신도 모집과 체벌을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경제적으로도 신도를 약탈했습니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신도들은 '물맥', 집안일을 하는 사람은 '인맥', 신도들의 미성년 자녀는 '영맥'이라고 불렀는데, '물맥'에게는 매달 헌금 목표치를 할당했습니다. 많을 때는 30여 명의 '물맥' 신도들이 가져오는 헌금만 매달 1억이 넘었다고 합니다.

김은희(가명)/피해자 “목사 동생이 헌금 액수가 안 채워지면 야구 방망이로 때린다든지. 첼로 T자 있어요. 그 나무 티자 그걸로 사람들을 정말 무지막지하게 때리거든요. 맞으면 그냥 손이랑 다리가 퉁퉁 부어가지고 뭐가 잡히지도 않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 부모가 자기 자녀를 때리게 시키고, 엽기적인 처벌도 했습니다.

박수진(가명)/피해자 “갓난아이를 나무 막대기로 때려야 되고.. 사람 인분을 모아서 짓이겨서 자기 자식한테 바르게 한다든가, 자기한테 바르게 한다든가..처음에 개똥으로 하다가 인분까지 가고, 밥을 안 주고 개밥만 먹인다든가..”

신도들은 각종 부업으로 돈을 벌거나, 모자라면 사채까지 손을 댔습니다.

박수진(가명)/피해자 “50부 이자 써서라도 무조건 가서 헌금을 하고 이제 빚이 수억이 되면 파산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교회 사람들은 신용불량자 아닌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파산을 안 한 사람이 없었어요.”

신용불량자에 파산자가 되니 더 교회에 갇히는 악순환.

박수진(가명)/피해자 “정말 사채업자들이 맨날 전화하고 쫓아오고 더 이상 이 교회를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보니까 계속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목사님 시계만 5백개..슈퍼카 몰며 호화생활

이렇게 신도들을 파산시켜가며 긁어모은 헌금은 어디에 쓰였을까.

박수진(가명)/피해자 “까르띠에, 로렉스, 오데마피게 뭐 이런 것들을 쉽게 정말로 장식장에 시계가 500개가 넘어서 그 리스트를 뽑아 가지고 제가 정리하는 데만 해도 매일매일 일이 많을 정도로..”

피해자측에 따르면 오 목사는 명품 시계와 슈퍼카로 사치를 했고, 전국에 수십곳의 부동산을 구입해 축적한 재산이 확인된 것만 100억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박수진(가명)/피해자 “롤스로이스 리무진, 벤츠 리무진, 레인지로버 알 만한 명품 차들 벤츠나 BMW나 뭐 이런 것들도 많았고, 미국 허머 같은 것도 많고.. 차를 계속 바꿨습니다."


형편 어려운 청소년들 노려..'호화생활' 미끼

오 목사 일가는 어린 청소년들을 집중적으로 노렸습니다. 오 목사의 동생이 공부방을 차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청소년들을 주로 포섭했습니다. 영입 대상자를 정한 다음 고급 차와 저택 등을 보여주며 신도가 되면 부자로 살게 해주겠다고 꾀어내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집을 나와 교회로 들어오면 학원 전단지 붙이기부터 각종 노동에 시달리고 학교에도 갈 수 없었습니다. 오 목사는 이런 방식으로 10명이 채 안 되던 신도 수를 130여 명까지 늘렸습니다.


"JMS·아가동산의 종합판"..밝혀진 피해자 '빙산의 일각'

오 목사 교회의 범죄는 JMS, 아가동산 같은 다른 사이비 종교들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한 수준입니다.

김은희(가명)/피해자 “규모는 작았지만 정말 JMS, 아가동산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생각해요. 더 오랫동안 지독하게 괴롭혔고.”

오 목사가 문제의 교회를 만든 건 '이단'으로 교단에서 제명된 지 1년 만인 지난 2001년. 그의 범죄 행각은 무려 20년이 지난 뒤에야 성인이 돼 교회를 탈출한 일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판결로 확정된 피해자는 미성년자 4명과 성인 1명뿐이지만 실제 피해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걸로 추정됩니다.

오 목사와 일가에겐 어떤 처벌이 내려졌을까. 올해 56살이 된 오 목사 본인은 아동성범죄와 학대 등 16개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25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공범인 부인과 오 목사 동생은 각각 8년과 4년 형에 처해졌습니다. 어린 신도들을 성추행했던 오 목사 아들은 기소는 됐지만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은희(가명)/피해자 “목사가 25년형을 받았는데 저는 형량이 작다고 생각하거든요. 목사 동생도 이제 곧 나올 건데 나오면 또 이 짓거리 할 거 아니에요. 사람들 모집하면서 또..”

교회에 갇혀 살았던 피해자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못해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기 급급한 상황. 이들 중 6명은 인생 전체가 망가졌다며, 오 목사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100억 원 상당의 재산으로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받고 싶다는 겁니다.


소멸시효의 벽

하지만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는 불법행위가 있던 날부터 '10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안 날부터 '3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어린 시절 오 목사 교회에 들어가 지내다 성인이 된 피해자들은 대부분 소멸시효가 지난 상태.

미성년자 성범죄의 경우 피해 사실을 아는데 오래 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그늘 아래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나이가 '평균 52세'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최근 미성년자 성범죄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아예 폐지됐습니다. 뉴욕주에서는 성폭력을 당한 성인 피해자들도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1년간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박수진(가명)/피해자 “피해자들은 20년 동안 너무 힘들었고 앞으로도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그런 부분은 참작이 돼서 재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수백억을 줘도 저는 사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그 돈을 받고 지금 생활을 하고 싶진 않아요."

부지석/피해자 측 변호사 “우리도 외국처럼 특별법을 국회에서 제정을 해서 한시적으로나마 과거에 성범죄를 당한 사람들이 피해 구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진은 오 목사 측의 변호인에게 재산이 100억 원에 달하고 배상을 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엠빅뉴스] [이거실화야?] 나는 신이다 종합판!..Y교회와 남은 사람들 https://imnews.imbc.com/original/mbig/6476783_29041.html

임명찬 기자(chan2@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476782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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