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현직 대표 수사에도 어부지리 못 얻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새 중앙윤리위원회 출범시키고 민생특별위원회 활동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전·현직 대표가 동시에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더불어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낮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당 기강 잡기와 민생 주도권 확보라는 승부수를 띄운다. 출범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는 김기현 당대표 체제 안정화의 시금석이 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새 윤리위원 임명안을 의결하고 임명식을 할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는 사법연수원 동기(15기)인 황정근 변호사를 윤리위원장에, 당 원내대변인인 전주혜 의원을 윤리위원에 발탁했다. 둘 다 김 대표와 같은 판사 출신이다. 국민의힘 당헌 상 윤리위는 9인 이내 위원을 둘 수 있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3분의 2 이상은 당 외부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김 대표와 황 위원장은 논의를 통해 이미 윤리위원 선정을 마쳤다. 다만 황 위원장 개인 사정으로 첫 윤리위 회의는 다음달 초에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거듭된 설화를 낳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우선 윤리위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칭송’ ‘4·3 폄하’ 등 발언으로 자숙 중이다. 앞서 국민의힘 당원 200명이 김 최고위원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당에 제출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4·3 김일성 지시설’ ‘김구는 김일성에 이용 당했다’ 등 발언으로 거듭 비판 받았다. 민주당을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 빗댄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뒤 스스로 윤리위 심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지난달 8일 김 대표 체제가 꾸려진 직후부터 두 최고위원이 논란을 자초하면서 여당 지지율 하락의 큰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 “전광훈 늪에 빠져 당이야 어찌 되든 나만 살면 된다는 여당 지도부”라며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이재명 대표와 동급으로 비판했다.
문제는 징계 수위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낮은 수위의 징계가 내려질 경우 ‘솜방망이 징계’ 논란으로 징계를 안 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윤리위가 상당한 수위의 징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네 단계가 있는데, 당원권 정지 1년 이상 징계가 나오면 내년 4월 총선에 국민의힘 당적으로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에 여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에서는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온다. 윤리위 징계 절차가 시작하면 상당 기간 당 안팎 관심은 또 다시 두 최고위원에게 쏠릴 수밖에 없어 지도부에 부담이 된다. 김 최고위원 등이 자진 사퇴하는 대신 윤리위 징계를 피하면 당 지도부도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고, 김 최고위원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살려둘 수 있어 상호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전국 당원협의회에 대한 당무 감사에 나설 당무감사위원회는 오는 27일 최고위에서 구성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당무감사위 구성 후 서둘러 감사 계획을 마련하면 이르면 상반기 중 당무 감사를 시작할 수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신의진 전 의원을 당무감사위원장에 임명했다.
김 대표가 취임 후 야심차게 출범시킨 1호 특위인 ‘민생119’는 24일 사실상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최근 국민의힘 사무처 인사로 민생119 담당 실무자도 배정됐다. 민생119는 지난 3일 처음 모였으나 위원 간 상견례 성격이었다. 특위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이 지난 5일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양곡 농가 지원 방안으로 언급한 뒤 논란이 되면서 개점 휴업 상태였다. 1호 과제로 선정한 ‘가뭄 지역에 물 보내기 운동’도 진척이 없었다.
24일 회의에서는 그간 위원들이 제시한 사업 아이템 중 실현 가능성이 큰 것들을 위주로 추진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 규모를 늘리고 이자율(현 15.9%)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119는 앞으로 4개 분과별 활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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